지난 달 7일자 조간신문에 실린 전면 광고 하나가 바둑계에 큰 화제를 몰고왔다. 광고주는 서효석(76) 편강한의원 원장. 그는 바둑의 교육적 효능을 설파한 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대국(對局)을 공개 신청했다. 제8대 대한바둑협회(대바협) 회장으로 선출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시 주석은 자국 외교관들에게 바둑을 배우라고 권할 정도로 애기가(愛棋家)인 데다 기력도 저와 비슷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의료인 입장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바둑을 통해 협력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에 우선 대국을 제안한 거지요.”
지난 26일 회장 취임식 때 그가 가장 먼저 내건 과제는 바둑 동호인구 확충이다. 그는 ‘바둑이 너무 어렵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고정관념 탈출 방안으로 축소 바둑판을 선택했다. 기존 19X19 정규 규격을 대폭 줄인 13X13짜리 판을 보급,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기로 한 것.
보급용 바둑판은 벌써 제작에 들어갔다. 또한 축소 사이즈 바둑을 해설할 별도 전문가 팀도 꾸리기 시작했다. “이 기획을 통해 ‘쉬운 바둑’ ‘스피디한 승패’가 정착되면 국내 동호인 수가 최소 100만명은 더 증가할 겁니다.” 서 회장은 서양 세계에서도 긍정 반응이 올 것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다.
그는 2024년 6월 26일 미국 뉴욕에서 ‘전 미주 청소년 바둑대회’를 개최할 청사진도 공개했다. 미국, 중국 현지 방송사 TV 중계도 추진 중이다. 행사 날짜를 6월 26일로 잡은 데도 이유가 있었다. “6⋅25 때 망할 뻔한 한국을 구해준 미국이 종종 총기 사고로 얼룩질 때마다 너무 안타까웠어요. 청소년 교육에 최고의 ‘처방’인 바둑대회를 6⋅25 다음 날 열어주려는 거지요.”
서 회장은 대중에게 꽤 알려진 얼굴이다. 신문 전면 광고가 빈번한 데다 대형 사진이 항상 함께 실리기 때문. 10년 전부터 매년 600만~700만달러 규모의 광고비를 집행해왔다. “2014년 75억원이 최고액이었고 최근엔 50억원 미만”이라고 했다. 2014년 뉴욕타임스에 3개월간 11페이지에 걸쳐 게재한 ‘폐(肺) 청소 비법’ 영문 광고는 의료계 신화가 됐다.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후 고향인 전주를 시작으로 익산, 동대문을 거쳐 군포, 산본 등으로 여러번 병원 소재지를 옮겼다. “IMF 외환 위기 때는 나도 고생을 꽤 겪었다”고 했지만 현재 그는 전국 6개 분원에 1개 해외 사무실(뉴욕)을 거느린 ‘대표 원장’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 군포시 바둑협회장을 맡으면서부터 바둑계와 인연을 텄다. 세계 인터넷 대회를 7년 후원하는 등 여러 행사를 도왔다. “개인적으론 2019년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威海)에서 열렸던 한·중 국수 초청전을 지원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어요.” 아직 무명이던 커제가 스타덤으로 발돋움한 무대였다.
11세 때 부친 어깨너머로 배운 바둑이 평생 놓을 수 없는 취미가 됐다. 기력은 아마추어 6단. 주변에 따르면 승부 근성이 엄청 강하며 치열한 전투 바둑을 즐기는 기풍이다. 50대 초반 시절 동네 라이벌과 마주 앉아 대국을 시작, 꼬박 사흘 밤낮 같은 자세로 계속했던 기억도 있다.
“1990년대 초반 전국에 바둑교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광경을 다시 보는 게 제 소망입니다. 국제적으로도 서양에 맞설 문화 자산으로 바둑만 한 게 없어요. 프로 기구인 한국기원, 아마 단체인 대바협 사이에서 구름다리 역할을 하면서 온 힘을 다 쏟아부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