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천재소녀’, ‘한국 배드민턴의 미래’ 등 다양한 수식어를 갖고 있는 한국 여자 배드민턴의 간판 안세영(20·삼성생명·세계랭킹 4위)이 천적 천위페이23·중국·3위)의 벽을 넘고 말레이시아 마스터즈 정상에 올랐다.
안세영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2022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슈퍼 500시리즈 말레이시아 마스터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천위페이를 세트스코어 2-0(21-17 21-5)로 제압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4월 전남 순천에서 열린 코리아 오픈 정상에 섰던 안세영은 3개월 만에 시즌 두 번째 우승까지 차지하며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4월 코리아오픈에서 한국 선수로는 7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던 안세영은 이후 컨디션 난조로 슬럼프에 빠졌다.
코리아 오픈 직후 열린 코리아 마스터즈에서는 4강에서 행진을 멈췄고, 5월 태국 오픈에서는 충격의 1회전 탈락을 맛 봤다. 6월 열린 인도네시아 마스터즈에서는 장염 증세로 16강에서 기권했고 이후 인도네시아 오픈에서는 4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달 초 말레이시아 오픈에서도 8강 진출에 실패하는 등 흐름이 좋지 않았기에 이번 대회의 기대도 크진 않았다. 부침을 겪는 동안 세계랭킹도 3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절치부심 출전한 이번 대회서 반전에 성공했다.
안세영은 32강에서 아이리스 왕(미국·33위)을 2-0으로 가뿐히 꺾었다. 앞서 지난달 인도네시아 마스터즈 16강에서 아이리스 왕을 상대하다 장염으로 기권했는데 이 승리로 설욕에 성공했다.
이후 안세영은 16강에서 줄리 다왈 야콥센(덴마크·39위)을 2-0으로, 8강에서는 라차녹 인타논(태국·8위)을 2-1로 꺾고 4강까지 내달렸다.
그 사이 세계랭킹 1위인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가 8강에서 떨어지면서 안세영의 우승 가능성은 서서히 커졌다.
안세영은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31위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을 만나 세트스코어 2-1(21-18 13-21 21-8)로 제압하며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에서 꼭 넘고 싶은 상대를 만났다.
천위페이는 안세영에게 늘 힘든 존재였다. 안세영은 천위페이에게 2020 도쿄 올림픽 8강전 패배를 비롯해 7전 전패를 당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징크스' '천적'이라는 말까지 붙기도 했다.
때문에 누구도 쉽사리 안세영의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으나 스스로 이를 극복했다. 결승에서 안세영은 단 한 번도 천위페이에게 리드를 내주지 않는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지난 3월 독일 오픈에서 4강으로 예열한 뒤 이후 세계 최고 권위의 배드민턴 국제대회인 전영오픈에서 타이쯔잉을 꺾고 결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킨 안세영은 곧바로 코리아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우뚝 섰다.
이후 몇 개월 간 부침을 겪으며 세간의 우려를 사기도 했으나 다시 정상의 자리에 오르며 자신이 세계 최정상급의 선수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