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보>(1~202)=38세와 22세의 대결 결과를 미리 점치기란 쉽지 않았다.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전만 여덟번 오른 박영훈의 관록이 돋보이지만 재기 넘치는 영파워 박상진의 기세 또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무려 16살이나 차이 나는 ‘양박’은 용호상박, 시종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끝날 때까지 역전을 주고받았다.

승부를 가른 것은 결국 중·종반 승부처에서의 집중력이었다. 박상진은 112, 114로 상대 리듬을 끊은 판단이 좋았고, 122, 128 등 눈에 띄지 않는 요소를 찾아냈다. 뒤이은 150이 승리의 결정타가 됐다. 종반전이 주특기인 대선배를 종반에 제압한 것이다. 오랜 기간 힘을 길러온 박상진이 마침내 비상(飛翔)할 시점에 이르렀음을 선언한 한 판이다.

박영훈으로선 몇 차례 찾아온 기회를 놓친 아쉬움이 크다. 79로 참고도의 수순을 날려버린 것은 평소답지 않았다. 복잡함을 피하려는 속마음이 137 등 여러곳에 등장했다. 간명한 처리가 그의 스타일이긴 하지만 심리적, 체력적 위축이 요인일지도 모른다. 권토중래를 기대한다. (200…144, 201…75, 240수 끝 백 불계승, 203수 이후 생략. 소비시간 백 1시간 56분, 흑 1시간 4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