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테니스 현역 최고령 선수인 비너스 윌리엄스(43·미국·세계 697위)는 아직 건재하다.
윌리엄스는 20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여자 프로테니스(WTA) 투어 버밍엄 클래식 대회 단식 본선 1회전(32강전)에서 이탈리아의 카밀라 조르지(32·48위)를 3시간 17분 혈투 끝에 세트스코어 2대1(7-6<7-5> 4-6 7-6<8-6>)로 눌렀다. 조르지와의 상대 전적은 3승으로 늘렸다.
1980년 6월 17일생인 윌리엄스는 투어 단식을 뛰는 선수 가운데 최고령이다. 맞붙는 상대들과는 대개 나이로 띠동갑 이상 차이가 난다. 1981년생인 남자 테니스의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동생 세리나는 지난해 테니스 코트를 떠났다.
윌리엄스도 세월을 거스를 순 없었다. 한 번 당한 부상도 장기화되는 추세다. 그는 올해 1월 오클랜드에서 열린 ASB 클래식에서 입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6개월간 결장했다. 지난주 열린 WTA 투어 리베마오픈에서 복귀해 당시 그보다 25살 어린 셀린 나에프(스위스·166위)에게 1회전에서 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윌리엄스는 혈기 대신 노련미로 승부를 보고 있다. 윌리엄스가 랭킹 ‘톱 50′ 이내의 선수를 꺾은 건 2019년 9월 중국 베이징 차이나 오픈에서 당시 34위였던 바바라 스트리코바(37·체코·690위)를 2대1로 꺾은 이후 3년 9개월만이다. 이때 윌리엄스는 59위였다.
윌리엄스는 “내 경기력에 만족하지만, 조르지도 오늘 무척 선전했다”면서 “경기를 하면서 ‘이 경기는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이 많았는데, 조르지가 허를 찌르는 샷으로 응수했다. 그가 세계 1위가 아닌 게 놀라울 정도였다”고 했다. 이어 “조르지는 나를 더 (극한으로) 몰아붙였고, 이게 내겐 큰 힘이 됐다”고 덧붙이면서 “(부상 등으로) 많은 경기를 치르지 못 했는데, 다음 경기를 바라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약 2주 뒤 개막하는 윔블던 출전 준비 차원에서 와일드카드(wild card)로 이 대회에 나섰다. 이 대회도 윔블던과 마찬가지로 잔디코트에서 열려 윔블던의 전초전 대회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윌리엄스는 윔블던에서만 5회(2000, 2001, 2005, 2007, 2008년) 우승하는 등 잔디코트에서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
윌리엄스는 21일 열리는 2회전에선 린다 노스코바(19·체코·49위)-옐레나 오스타펜코(26·라트비아·17위)의 1회전 경기 승자와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