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제40회 코오롱 구간마라톤 대회에서 고등부 선수들이 출발선에서 달려나가고 있다. /김동환 기자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에서 장거리 명문 서울 배문고가 ‘필승’ 머리띠를 두른 건각(健脚)들을 내세워 고교 마라톤 2연패(連霸)와 함께 통산 12번째 우승을 쟁취했다.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자체 경신했다.

배문고는 30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제40회 코오롱 구간마라톤 대회(조선일보사·대한육상연맹·KBS·코오롱 공동 주최)에서 2시간20분40초로 남고부 우승을 차지했다. 작년 우승 기록(2시간18분23초)보단 2분가량 늦었다.

30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제40회 코오롱 구간마라톤 대회 고등부 남자 부문에서 박우진 선수가 결승점을 통과하며 배문고가 우승을 확정 짓고 있다. /김동환 기자

1구간(7.7㎞)부터 맨 앞자리를 차지한 배문고는 줄곧 선두를 유지하는 압도적인 주력(走力)을 선보였다. 선수들은 ‘필승’ 글자가 새겨진 검은 머리띠를 맨 채 거친 호흡을 내쉬며 2위와의 격차를 차근차근 벌려 나갔다. 3구간(6.7㎞) 주자로 나선 심주완(2학년)은 작년에 이어 또 다시 똑같은 구간 우승을 거머쥐었다. 마지막 6구간(8.195㎞)을 달린 박우진(3학년)이 흔들림 없는 안정적인 레이스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결승선을 끊기 직전 두 팔을 흔들며 포효했다. 이 대회에서 고교부는 총 6구간으로 이뤄진 마라톤 풀코스(42.195㎞)를 6명이 나눠 달린다.

배문고는 작년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배문고는 2000년대 들어 대회 최초로 3연패(2004~2006년)를 차지하고 2시간 9분대 기록(2005년)을 쓴 적도 있다. 재작년엔 4위로 처졌지만, 작년에 정상을 탈환한 뒤 다시 한 번 정상의 공기를 만끽했다. 배문고는 통산 12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자체 경신했다. 경북체고(2시간23분18초)가 2위, 경기체고(2시간24분37초)가 3위로 들어왔다.

30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제40회 코오롱 구간마라톤 대회 고등부 여자 부문에서 홍지승 선수가 결승점을 통과하며 경북체고가 우승을 확정 짓고 있다. /김동환 기자

여고부에선 ‘행복 러닝’이란 구호 아래 뭉친 경북체고가 2시간47분42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체고와 함께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인 경북체고는 마지막 주자 홍지승(1학년)이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우승 테이프를 끊었다.

1987년 3회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경북체고는 통산 5번째 정상을 맛보며 상지여고와 함께 여고부 역대 최다 우승 공동 팀으로 올라섰다. 경기체고가 2위(2시간48분34초), 작년 우승팀 서울신정고가 3위(2시간52분35초)를 기록했다. 영천성남여고는 3구간의 김은선(2학년)이 구간 중반지점에서 3위에서 1위로 치고 나갔지만, 4구간 주자가 부상 등으로 뛰지 못해 경기에서 자동 기권 처리됐다.

남중부에선 진유창(3학년)-백은우(3학년)-박창환(2학년)-김성은(1학년)으로 이뤄진 경기체중(55분17초)이, 여중부는 김주연(2학년)-김하은(1학년)-한해윤(3학년)-조윤아(3학년)가 이어 달린 신정여중(59분34초)이 우승했다. 중등부는 15㎞를 4명이 나눠 달린다.

30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제40회 코오롱 구간마라톤 대회 런크루 부문에서 'RUNNING MATE' 마지막 주자 송영준씨가 결승점을 통과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올해 정식 부문으로 추가된 ‘런크루’ 부문에선 대구에서 활동하는 팀 ‘RUNNING MATE(러닝 메이트)’가 2시간34분54초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권보경(32)-박홍석(35)-이수복(53)-정순연(50)-권기혁(53)-송영준(47)이 차례대로 뛰었다. 엘리트 학생 선수가 아닌 일반 동호인들이 팀을 꾸려 런크루 부문에 참가했으며 남자 4명, 여자 2명이 42.195㎞를 나눠 달렸다.

1985년 시작한 이 대회는 국내 최고 권위 중·고교 육상 대회로 자리 잡았다. 황영조(54), 이봉주(54), 지영준(43), 임춘애(55) 등 한국 대표 마라톤 스타들이 모두 이 대회를 거쳤다. 지금까지 국내외 27개 대회 우승 선수를 배출했다. 한국 마라톤의 역사가 곧 코오롱 구간마라톤대회 역사인 셈이다.

벚꽃 구경 등을 위해 나온 경주시민과 관광객들은 선수들이 지나갈 때마다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며 선수들의 역주(力走)를 응원했다. ‘꽹과리 부대’ 등도 출동해 풍악을 울리며 선수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었다. 이날 대회 도중 갑자기 우박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선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완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