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패럴림픽이다. 파리올림픽에 이어 28일(현지 시각)부터 열리는 패럴림픽엔 올림픽 챔피언의 남편이 나선다. 이번 올림픽 육상 여자 멀리뛰기 금메달리스트 타라 데이비스 우드홀(25·미국)의 남편 헌터 우드홀(25·미국)이다.
남편 헌터는 1999년 종아리 뼈 일부가 없는 상태로 태어났다. 부모는 ‘장기적으로 삶의 질을 올리려면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의료진 조언에 따라 두 다리를 절단하기로 했다. 11세 때까지 홈스쿨링을 하던 헌터는 미국 유타주 시러큐스 공립학교에 입학한 뒤 본격적으로 의족을 차고서 달리기를 했다. 헌터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지만, 가족의 꾸준한 지원 속에 달리기를 계속했다”고 떠올렸다. 헌터는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었을 때 400m 달리기에서 47.32초의 기록으로 미국 전역에서 20위에 올랐다.
2015년 헌터는 미국 장애인 육상 대표팀에 선발됐고, 2016년 리우 패럴림픽 200m(T44·절단 및 기타 장애)에서 은메달, 400m(T44)에서 동메달을 땄다. 2017년 아이다호주에서 열린 전미 고교육상선수권에서는 인연을 만났다. 타라는 “잘생긴 남자가 열심히 뛰고 있었다. 그냥 가서 안아주고 싶었다”고 처음 본 순간을 회상했다. 둘은 곧 ‘장거리 연애’를 시작했다. 타라는 아칸소주, 헌터는 텍사스주와 조지아주에서 뛰느라 자주 만날 수는 없었지만, 전화와 소셜미디어로 소통했다. 타라는 “다른 친구들 연애와 다를 게 없었다. 싸우고, 화해하고, 그리워했다”고 말했다.
운명이었을까. 둘은 2019년 9월 멕시코에서 약혼했다. 그리나 동반 첫 올림픽인 2020 도쿄 대회에선 만나지 못했다. 이 대회에서 타라는 여자 멀리뛰기 6위를 했고, 헌터는 패럴림픽 400m(T62·의족 사용)에서 동메달을 수확했다. 둘은 서로 경기를 직접 볼 수 없었다. 코로나 방역 지침 때문이었다. 그리고 2022년 10월 텍사스주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패럴림픽 3관왕인 헌터는 “우리 결혼은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얘기한 바 있다. 결혼 이후인 이번엔 다르다. 파리에서 두 번째 올림픽을 치른 타라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우승이 확정되자 관중석으로 뛰어올라 헌터와 뜨겁게 포옹했다.
헌터는 9월 1일 100m(T64·의족 사용) 예선을 시작으로 파리 패럴림픽 일정을 시작한다. 이번 대회에서 100m와 400m(T62), 두 종목에 출전해 개인 첫 패럴림픽 금메달을 노린다. 헌터는 13일 소셜미디어에 “올림픽이 끝나 실망하신 분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 패럴림픽이 다가온다”고 썼고, 아내는 ‘좋아요’를 눌렀다. 타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우리 부부는 특별하면서도 평범하다. 여전히 가끔 싸우고 화해하는데 누구보다 서로의 성공을 응원한다”고 소개했다. 8월은 남편이 아내를 응원하는 시간이었다. 9월이 오면 타라가 헌터를 응원하는 시간이다. 부부의 도전은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