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 마지막 춤사위가 시작됐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37)의 흥국생명(1승)이 31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챔피언 결정전(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정규 리그 3위 정관장(1패)을 3대0(25-21 25-22 25-19)으로 누르고 챔프전 첫 승을 먼저 챙겼다. 역대 여자부 챔프전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최종 우승컵을 들 확률은 55.5%(18회 중 10회)다.
평일 저녁 경기임에도 이날 인천삼산월드체육관은 5821석이 매진됐다. 한국 배구 전설 김연경의 마지막 챔프전을 지켜보려는 이들이었다. 경기장은 흥국생명 상징색인 분홍색으로 출렁였다. 경기 시작 전부터 김연경 역대 시즌 유니폼을 걸어놓거나, 유니폼을 입고 인증 사진을 찍는 팬이 많았다.
경기는 팽팽했다. 1세트는 후반까지 1~2점 차 공방이 이어지다가 막판 김연경 공격과 이고은(30) 서브 에이스가 터지면서 흥국생명이 가져갔다. 2세트에선 16-18로 밀리다가 김연경 공격을 시작으로 내리 5점을 내며 21-18 역전을 만들며 그대로 끝냈다. 승기를 잡은 흥국생명은 3세트는 비교적 여유롭게 가져와 완승을 거뒀다. 김연경이 팀 내 최다 16점, 외인 투트쿠 부르주(26·튀르키예)와 신예 공격수 정윤주(22)도 각각 14점, 13점으로 보탰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정규 리그 이후) 오랜만에 경기를 치렀는데 이길 수 있어서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했다.
정규 리그 우승팀인 흥국생명은 2019년 이후 6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린다. 역대 챔프전 최다 우승(4회) 팀이지만 최근 2시즌 동안은 챔프전까지 가서 우승컵을 코앞에서 놓쳤다. 2020-2021시즌 한국에 복귀한 뒤 아직 챔프전 우승컵을 들어보지 못한 김연경의 의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제 개인적인 은퇴는 의미 부여를 크게 안 하고 있다. 실감도 안 난다. 지금은 우승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정관장으로선 아쉬운 경기였다. 2012년 이후 13년 만에 챔프전 무대를 밟아 각오가 남달랐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이 경기 전 “흥국생명의 빠른 공격에 적응해야 한다”며 “인천상륙작전에 나선 ‘고아더’”라고 특별한 포부를 밝혔지만 첫 경기를 완패했다. 특히 주전 리베로 노란(31)이 허리 통증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더블 리베로’ 최효서(21)와 박혜민(25)이 번갈아가며 이 자리에 나섰는데 흥국생명 빠른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 박혜민은 본 포지션이 아웃사이드 히터라 포지션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메가왓티 퍼티위(26·인도네시아·등록명 메가)와 부상 복귀한 반야 부키리치(26·세르비아)가 각각 13점, 17점으로 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날 메가를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은 인도네시아 팬들도 많았지만 아쉽게 집으로 돌아갔다. 두 팀은 2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