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2관왕이자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인 박지원(29·서울시청)이 과거 수차례 빙상에서 충돌했던 황대헌(26·강원특별자치도청)과 트랙 위에서 또다시 충돌해 넘어졌다. 황대헌과 충돌로 국가대표 탈락 등 여러 차례 불운을 겪은 박지원은 이번에는 심판 판정으로 구제를 받았지만,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개인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5/26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1차 선발대회' 남자부 1000m 준준결승, 김건우(흰,스포츠토토빙상단), 황대헌(노, 강원도청), 박지원(파,서울시청), 구민승(보,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이준서(빨,성남시청)가 역주하고 있다./뉴시스

박지원은 9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쇼트트랙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마지막 날 남자 1000m 준준결승 1조에서 황대헌과 만났다. 박지원은 황대헌 등이 1~3위를 다투다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박지원이 직선 코스에서 앞서 있던 황대헌을 인코스로 추월하려 했다. 이때 황대헌이 인코스 쪽으로 몸을 기울이면서 박지원과 부딪혔고, 박지원은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박지원은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경기 후 심판진이 황대헌에게 반칙을 선언하면서 박지원은 준결선에 올랐다. 황대헌은 실격 처리됐다. 앞서 1500m, 500m에서 결선에 오르지 못해 랭킹 포인트를 따지 못한 박지원은 1000m는 결선까지 올라 4위를 차지해 1차전 랭킹포인트 8점 랭킹 8위로 2차 선발전에 가까스로 진출했다. 1,2차전 점수 합계로 상위 3위에 들어야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다. 1차 선발전까지 황대헌은 42점으로 전체 3위에 올라있다.

박지원과 황대헌은 과거 수차례 트랙 위에서 충돌해 황대헌의 고의 반칙 여부가 큰 논란이 됐다. 2023년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 1000m와 2024년 ISU 세계선수권대회 1500m와 1000m, 특히 작년 4월에 열린 국가대표 1차 선발전 500m에서 충돌하면서 6개월 새 4번이나 충돌해 파문이 일었다. 그때마다 번번이 박지원이 우승 등을 놓치며 올림픽 출전 및 국가대표 출전권 확보에 실패하는 등 불이익을 당했다.

논란이 커지자 황대헌은 작년 4월 박지원을 만나 사과했고, 박지원도 이를 수용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박지원은 당시 황대헌과의 충돌 등 악재에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선전해 올해 2월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남자 1500m와 혼성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며 2관왕에 올랐다.

하지만 이날 또다시 황대헌의 반칙으로 박지원이 넘어졌고, 자칫 구제를 받지 못했다면 생애 첫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사라질 수도 있었다. 박지원으로선 오는 12~13일 열리는 2차 선발전에서 가능한 많은 포인트를 따내야 한다. 2차 선발전에서도 500m, 1000m, 1500m를 달려 순위별로 포인트를 차등 배분한다. 우승하면 34점, 2위는 21점을 받는 식이다. 1,2차전 랭킹 포인트 합계로 남녀 상위 3명이 올림픽 개인전에 출전하게 된다.

이날 마무리된 1차 선발전 결과에서 남자부에선 고교생 임종언(노원고)이 1500m 1위, 1000m 2위를 차지하며 랭킹포인트 55점으로 전체 1위에 올라있다. 500m에서 1위를 한 신동민(고려대)이 42점으로 2위다.

여자부에선 하얼빈 아시안게임 2관왕이자 여자 대표팀 에이스 김길리(성남시청)가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1차전 1500m에서 2위, 500m와 1000m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해 랭킹포인트 총점 89점을 얻었다. 1500m 1위를 마크한 노도희(화성시청)가 55점으로 2위, 최지현(전북도청)이 29점으로 3위에 올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