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안녕하세요, 청운초등학교 6학년 이성현입니다".

건장한 청년이 인사를 건넸다. 인사를 하는데 목소리가 굉장히 어렸다. 마스크를 벗고 보니 앳된 얼굴이었다. 이성현 군의 아버지 이영종 씨는 "아직 초등학생이라 부끄럼이 많습니다. 그런데 축구할 때는 얼굴이 달라져요"라며 아들의 축구사랑에 대해 칭찬했다.

만남을 갖기 전 프로필을 들었을 때 184cm였다. 그런데 한 달 정도 사이에 1츠가 더 컸다.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초등학생이다.

FC포텐셜 소속인 이성현은 프로산하 유스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올해 초 포텐셜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전지훈련을 펼쳤다. 이성현은 강창화-천관희 등과 함께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성현 등 공격 트리오의 활약으로 FC포텐셜은 연습경기서 전승을 거뒀다. 11경기를 펼치는 동안 모두 승리했다.

특히 가장 관심을 받은 선수가 바로 이성현이다. 초등학생이기 때문에 아직 몸이 성인처럼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키에 비해 유연한 몸을 가진 이성현은 포스트 플레이를 펼친다. 상대 수비와 힘겨루기서 승리를 거둔 후 '발'로 골을 넣는다. '발'로 골을 넣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헤더를 연습하지 않았다.

유럽축구연맹(UEFA) P급 라이선스를 보유한 FC포텐셜 호세 피리 감독은 이성현을 공들이고 있다. 프리메라리가 비야레알 유소년팀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피리 감독은 이성현이 장신이지만 머리로 골을 넣지 못하게 하고 있다. 만으로 12세인 이성현은 아직 발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피리 감독의 말처럼 이성현은 자신의 발로 오는 볼에 대해 집중력을 키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연습 경기를 펼치는 것이 어렵지만 이성현이 속한 FC포텐셜은 수원 삼성, 울산 현대, 서울 이랜드 등 프로 산하 연습경기를 펼쳤다. 연달아 승리를 거두는 동안 이성현은 공격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매 경기 2골 이상 터트리며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였다. 장신 공격수지만 '발로' 골을 터트리는 이성현의 모습에 기대가 커진 프로 산하 유소년팀 감독들은 그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스카우트 제의도 여러차례 받았다.

"축구를 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어요. 친구들 하고 열심히 뛴 후에 승리까지 거두니 말할 것이 없어요. 감독님께서 특별한 말씀을 하시지 않아요. 저희끼리 만들어 보라고 하세요. 다만 선수들에게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 쓰라고 말씀해 주세요. 저 같은 경우는 머리로 골을 넣지 말라고 하시고 수비수들에게는 단순하게 플레이를 펼치라고 하세요. 평소에 연습할 때 그 부분에 신경쓰고 친구중에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서로 놀려요. 그렇게 함께 웃으면서 축구하니 더 재미있어요"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이성현은 원래 FC서울 유소년팀 소속으로 축구를 배웠다. 야구로 운동을 시작했지만 지겨웠던 이성현은 축구로 돌아섰다. 일반적으로 3~4년 정도 노력해야 입단할 수 있는 서울 유소년팀에 축구를 배운지 6개월만에 입단했다. 4학년 때 시작했지만 6학년들과 함께 뛰었다.

그런데 축구에 대한 재미도 줄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또래에 비해 키가 크니 수비를 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지겨운 것이 싫었던 이성현은 아버지를 졸랐다. 이성현의 아버지는 우연한 기회에 스페인 지도자가 가르치고 있다는 FC포텐셜을 알게 됐고 곧바로 찾아갔다.

이 씨는 자택인 서대문에서 수원까지 아들을 위해 이동한다. 본업도 있지만 막내의 꿈을 이뤄주기 위대 본격적으로 나섰다. 아직 '사커대디'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이 씨의 정성은 대단하다. 이영종 씨는 "첫 째가 26살이고 (이)성현이는 늦둥이에요. 아직 애기지만 본인이 열정을 가지고 하고 싶다고 하니 의지를 꺾을 수 없네요. 종로에서 수원까지 이동하는 것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성현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고 말했다.

이성현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축구를 시작한지 3년밖에 안됐다. 지난해부터 FC포텐셜에 합류했고 공격수로 지도를 받은 것도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또래에 비해 일찍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력이 필요하다. 장신 공격수지만 다양한 플레이를 하고 싶다. K리그를 자주봤던 이성현에 롤 모델은 정해져 있다.

"김신욱, 오승훈 선수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 선수들만큼 되려면 더 노력해야 하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또 가장 되고 싶은 선수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입니다. 동영상으로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진짜 배우고 싶은 선수에요. 김신욱 선수를 비롯해 모두 머리 뿐만 아니라 발로도 좋은 골을 넣는 것 보고 꼭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이에요"

아직 어린 이성현이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성장판 문제로 인해 축구를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극진한 보살핌 덕에 축구를 다시 하게 됐다. 6학년이 되며 다시 시작한 축구이기 때문에 이성현에게는 정말 소중하다. 아버지 이영종 씨도 성장판 이야기가 나왔을 때 얼굴을 돌렸다. 막내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부모지만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만큼 힘겨운 시간이 있었지만 이성현은 잘 치료 받았고 어느덧 184cm가 됐다.

이성현의 꿈은 스페인 축구를 배우고 유럽에서 뛰는 것이다. 스페인 축구 유학도 고민중이다.

“축구를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할 수 있어요. 정말 좋은 선수가 되서 아버지 어머니께 효도하고 싶어요. 형에게도 좋은 선물 하고 싶어요”

/ 글=우충원 기자 10bird@osen.co.kr

/ 사진=조은정 기자 cej@osen.co.kr

/ 동영상=최재현 기자 hyun309@osen.co.kr

* 이 콘텐츠는 ‘OSEN+’ 9/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