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희수 기자] 현대자동차의 레이싱팀이 WRC 재도전 6년만에 대단한 일을 해냈다. 2014년 WRC에 재도전 한 지 6년만에 제조사 부문 2연패라는 큰 결실을 만들어 냈다.
성적 그래프가 드라마틱하다. 2014년 첫해 제조사 부문 4위로 출발했지만 2015년 3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준우승, 그리고 마침내 2019년 제조사 부문 첫 우승을 일궈냈다. 현대차 레이싱팀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20 시즌 제조사 부문 2년 연속 종합우승이라는 성과로 내달렸다.
월드 랠리 챔피언십(World Rally Championship)은 매우 가혹한 경주 대회다. 정해진 경주로를 달리는 F1(포뮬러원)과 달리 코스는 정해져 있지만, 그 길이 자갈과 진흙을 헤치며 내달려야 하는 험로다. 같은 코스를 몇 바퀴를 도는 게 아니라 A지점부터 B지점까지 누가 빠른 시간에 돌파하느냐로 승부를 결정한다. 차량도 도로에 납작 엎드린 경주용차가 아닌, 일반 양산형 차와 겉모양은 같다. 차량은 달리기 성능도 성능이지만 험로를 엄청난 속도로 주파해야 하기 때문에 내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터 스포츠에서 F1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인기도 많다.
현대차 레이싱팀이 2년 연속 WRC 제조사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은 제조사의 기술력이 세계적 반열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i20 쿠페 WRC 랠리카의 강력한 성능과 현대팀의 기술적인 뒷받침이 2년 연속 챔피언 달성을 가능하게 했다.
챔피언이라는 목표를 향해 시즌 내내 하나가 돼 달려온 그들이다. 값진 결과는 감독과 선수들은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을 지원하는 인력들까지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력했기에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시즌 챔피언에 오르며 경험을 쌓은 기존 멤버와 드라이버 챔피언으로서의 기량을 갖춘 오트 타낙 같은 새로운 멤버 사이의 조화도 눈부셨다.
현대차는 2021년 시즌에는 제조사 부문과 함께 드라이버 부문서도 챔피언 타이틀을 노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선수들과 팀 감독들의 의지와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올 시즌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2년 연속 제조사 챔피언을 달성한 현대 월드랠리팀 감독과 핵심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년 연속 챔피언을 이끈 현대팀의 수장 안드레아 아다모 감독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좋은 팀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는 소감을 먼저 전했다
아다모 감독은 "챔피언을 확정 짓고 마음과 머릿속에 정확히 어떤 생각들이 스쳐갔는지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가장 먼저 모터스포츠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좋은 팀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싶다. 감독으로 부임하고 나서 두 시즌 모두 힘들었지만 팀원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었기에 2년 연속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년 연속 제조사 부문 챔피언에 오른 비결에 대해서는 "다른 팀보다 조금이라도 많은 점수를 딴 것이 비결이다.(웃음). 우리 팀원들은 정말 열심히 해줬지만, WRC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은 사력을 다한다. 결국 우리 팀원들이 최고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이 성공의 열쇠였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2연패에 오기까지 난관도 있었다. 아다모 감독은 "시즌이 중단되고 일정이 불규칙한 것이 정말 어려웠다. 팀원 모두에게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상황이 어떤지 매일매일 모두에게 알려 줬고, 동기를 잃지 않도록 독려했다. 무엇보다 상황에 대한 진실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전달했다. 모두가 머리 속에 명확한 그림을 그리고, 목표 설정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팀을 하나로 응집시켰다"고 말했다.
올 시즌 새로 팀에 합류한 오트 타낙에 대해서는 "오트 타낙은 WRC 최고의 드라이버다. 팀에 합류하자마자 모두와 잘 어울렸고, 모두에게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다. 그의 합류는 우리 모두에게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티에리 누빌, 다니 소르도, 크레이그 브린, 세바스티앙 로브 등 기존 드라이버들은 각각 참가했던 경기에서 최고의 능력을 보여줬다. 그들의 활약 덕분에 우리는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 이들이 드라이버 챔피언을 따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냐는 질문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WRC에서는 제조사 부문 챔피언십을 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2년 연속 챔피언 등극 과정을 함께한 No1. 드라이버, 티에리 누빌은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누빌은 "제조사 부문 챔피언은 우리 팀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번 시즌은 여러 가지 의미로 정말 어렵고 예외적인 일이 많았지만, 우리 팀은 결국 챔피언 등극이라는 목표를 이뤘다. 올해 우리 팀이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지난 시즌 챔피언 획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한 번 우승을 하게 되면 다음 시즌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기 쉬워지기 때문이다"고 팀 우승 소감을 전했다.
개인적으로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을 놓친 데 대해서는 "후회하는 점은 항상 있다. 이번 시즌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술적 문제도 있었지만, 드라이버로서 실수도 범했다. 그래서 시즌 막바지 드라이버 챔피언에 오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개막전인 몬테카를로 랠리에서의 우승을 항상 기억할 것이다. 터키와 이탈리아 랠리에서 두 번이나 2위를 차지했다는 점도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좋은 기록들이 나오고 있었는데, 시즌 후반에 너무 많은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다 보니 드라이버 챔피언의 가능성이 줄어들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즌 중단인 상황에서도 티에리 누빌을 비롯한 팀원들은 경주차를 발전시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시즌 중단 때, 컨디션을 어떻게 유지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몬테카를로 랠리 이후에 모든 것이 복잡해졌다. 멕시코 랠리 때 일정이 축소되다가 마지막엔 취소되고 말았다. 그 이후 우리는 몇 달간 집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 있을 경기에 대비해 항상 몸을 만들어 두려고 노력했다. 또한, 쉬는 동안에도 i20 쿠페 WRC 경주차를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팀원들과 머리를 맞댔다. 남은 시즌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그리고 다음 시즌을 위해 우리는 사실 꽤 분주하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경주를 함께 한 i20 쿠페 WRC 경주차에 대해서는 "지난 시즌과 비교해 올 시즌 경주차는 바뀐 점이 많다. 수 개월 동안 경기가 없을 때 우리는 경주차를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모두가 그렇듯이 경주차를 끊임없이 발전시켜 더 빨리 달리게 하는 것이 챔피언 등극에 있어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올 시즌 팀에 합류해 전력 상승에 큰 도움을 준 드라이버 챔피언 오트 타낙은 "지난 시즌 밖에서 봤던 현대팀은 아주 강해 보였다. 현대팀에 합류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런 모습 때문이었다. 실제 팀에 들어와 보니 팀워크가 매우 끈끈하다는 것을 느꼈다. 현대팀은 정말 강한 팀이다. 그러나 올 시즌은 모두에게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초반에는 팀 적응이 힘들었다. 그래도 스웨덴과 멕시코 랠리에서 경기력을 꽤 괜찮게 회복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긴 휴식, 그로 인한 변수 등 많은 일이 있었지만, 제조사 부문 챔피언이라는 좋은 결과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트 타낙은 2019 시즌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이었지만 올해는 아쉽게 3위에 머물렀다. 타낙은 "올해는 전반적으로 형언하기 어려운 시즌이었다. 정상적인 챔피언십이 아니었다. 그래도 경기 하나하나를 잘 해내려 했고, 항상 발전하려고 노력했다. 다음 시즌은 부디 정상적이었으면 좋겠다. 다음 시즌 목표는 팀의 챔피언십 우승이고, 드라이버 타이틀을 탈환하는 것도 포함된다. 올 시즌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다음 시즌에는 올해 배운 것들을 이용해 우승하려고 노력할 것이다"고 마음을 다졌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