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엉뚱함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투수 잭 그레인키(38·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알려졌다.
그레인키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메츠와의 시범경기에 나서 3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뒤 화상 인터뷰에서 과거 다른 팀 선수의 연봉 조정 청문회에 참석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그 선수는 최근 휴스턴과 FA 계약을 하며 새 동료가 된 투수 제이크 오도리지(31).
때는 2018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탬파베이 레이스 소속이었던 오도리지는 연봉 조정 신청 자격 2년째였다. 오도리지는 630만 달러를 요구했고, 탬파베이는 605만 달러를 제안했다. 타협점을 찾지 못한 양 측은 결국 청문회에서 중재받기로 했다.
이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몸담고 있던 그레인키가 엉뚱하게 청문회에 나타났다. 평소 연봉 조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던 그레인키는 에이전트를 통해 청문회 참석을 요청했다. 당시 그레인키와 오도리지는 같은 엑셀스포츠매니지먼트 소속.
지난 2009년 캔자시스티 로열스 시절 일찌감치 4년 장기계약을 맺었던 그레인키는 “연봉 조정 중재를 받은 적이 없어 아쉬웠다. 청문회에서 연봉 중재를 어떻게 하는지 늘 보고 싶었다. 운 좋게 한 번 갔는데 그게 오도리지 청문회였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청문회는 오도리지의 손을 들어줬다. 선수의 승리였지만 그레인키에겐 썩 즐겁지 않았던 모양. 그레인키는 “연봉 중재가 얼마나 재미없는지 보고 놀랐다”며 그다운 대답을 내놓았다. 중재 과정이 궁금했지만 막상 가본 청문회 현장은 별로 재미없었다.
연봉 조정에서 이겼으나 미네소타 트윈스로 트레이드된 오도리지는 2019년 개인 최다 15승7패 평균자책점 3.51로 활약하며 올스타에 선정됐다. 지난해 손가락 부상으로 4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FA 자격을 얻은 뒤 지난 7일 휴스턴과 2+1년 계약을 체결했다.
그레인키를 롤 모델로 삼아온 오도리지에게 휴스턴행은 의미가 크다. 청문회 때 그레인키를 본 게 전부였지만 이제 같은 팀 동료로 함께한다. 오도리지는 “메이저리그 지명을 받을 때부터 내가 따라가야 할 사람이 그레인키였다. 그는 지금도 환상적인 선수다. 뛰어난 투구 마인드를 가졌고, 훌륭한 타자이기도 하다. 드디어 그와 같은 팀에서 함께할 기회가 생겼다. 개인적으로도 친해지고 싶다”며 기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