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한화 새 외국인 타자 에르난 페레즈는 지난달 자가격리 해제 후 서산에서 만난 투수를 잊지 못한다. 실전 감각 회복을 위해 라이브 배팅에 나선 페레즈에게 빠르고 힘 있는 공을 뿌리며 움찔하게 한 투수, 바로 사이드암 김재영(28)이었다.

김재영에게 쌍엄지를 들었던 페레즈는 "서산에서 상대한 김재영을 기억한다. 쌍엄지를 받을 자격이 있는 투수였다. 팔 각도에 비해 공이 아주 빠르고 묵직하게 들어왔다. 홈플레이트에서 무브먼트도 뛰어나고, 디셉션 동작이 훌륭했다"고 떠올렸다. 당시 김재영은 최고 143km 직구를 뿌렸다.

지난 2019년 시즌 후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한 김재영은 소집 해제 전 휴가를 써서 서산에서 몸을 만들었다. 2년의 실전 공백이 있던 김재영에게도 페레즈는 좋은 파트너였다. 그는 "오랜만에 기분 좋은 긴장감이었다. 새로 온 선수라서 흥미로웠고, 서로가 실전처럼 집중해 훈련했다"고 기억했다.

지난 3일 소집 해제된 김재영은 7일 군보류 해제와 함께 추가 선수로 등록됐다. 8일 서산에서 열린 고양 히어로즈와의 2군 퓨처스리그 경기를 통해 복귀 신고를 했다. 1⅓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무난한 투구를 했다.

1군 시즌이 한 달 반밖에 남지 않았지만 입대 전까지 핵심 선발 자원 중 하나였던 김재영을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조만간 1군에 불러 확인한다.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내년 활용도와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거친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맹활약 중인 내야수 김태연과 외야수 이원석에 이어 김재영까지 예비역 파워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서울고-홍익대를 거쳐 지난 2016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상위 지명된 김재영은 2017~2018년 각각 5승과 6승을 거두며 선발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입대 전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9년에는 5경기 평균자책점 12.96으로 고전했다. 허벅지와 광배근을 다쳐 제대로 된 공을 뿌리지 못한 채 입대했다.

김재영은 "몸과 마음이 힘든 상태로 입대했다. 6개월 정도 팔 회복에 집중했다. 쉬면서 '다시 야구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유니폼을 벗으니 일반인과 같았고, 1군에서 뛰던 내 모습을 (영상으로) 보면 낯설었다. 점점 야구와 멀어지면서 외면을 하려고 했지만 정신을 차려 보니 또 야구를 보고 있었다. 그 뒤로 마음을 다잡고 공을 던지기 시작했고, 하루하루 의미 있게 보내려 했다. 10개월 정도 퇴근 후 레슨장에서 캐치볼 위주로 했고, 올해 4월 서산으로 복무지 이전을 신청해 퇴근 후 서산구장에서 훈련을 해왔다"고 지난 2년을 돌아봤다.

충분히 쉰 만큼 아팠던 부위는 완전히 회복됐다. 그는 "당장 경기에 뛸 수 있을 정도로 몸이 준비됐다. 올해는 시즌이 끝나가고 있어 (1군에) 얼굴을 비출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며 2년 사이 팀의 변화에 대해 "인사를 해야 하는 사람보다 받아야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어린 선수들이 많아져 팀에 생기가 있다. 야구장에서 표현하는 모습이 거침없어져 보기 좋다. 코치님들께서도 선수들이 좋은 에너지를 마음껏 분출할 수 있도록 서포트해주신다"고 이야기했다.

입대 전 함께 호흡을 맞춘 포수 최재훈,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하주석, 최고참 투수 정우람도 김재영의 팀 복귀를 반겼다. 최재훈은 "네가 필요하다. 빨리 몸 만들어 오라"며 재촉했고, 하주석도 "건강하게 돌아와서 즐겁게 야구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과거 공익근무요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던 정우람도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조급해하지 말고 내년을 보고 준비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김재영의 준비 과정을 지켜본 최원호 한화 퓨처스 감독은 "입대 전에도 좋았던 직구 구위가 여전히 좋다. 스피드도 더 끌어올릴 것이다. 주무기 포크볼은 좌타자 상대로도 좋을 것 같다"며 "공익근무 기간에도 출퇴근으로 훈련을 병행해온 만큼 준비가 잘 되어있다. 당장 선발 보직은 물음표이지만 내년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김재영도 "선발을 했기 때문에 욕심이 나지만 지금은 그 부분을 제쳐두겠다. 어느 자리든 경기에 뛰고 싶은 마음뿐이다"며 야구에 갈증을 보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