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연합뉴스

머나먼 유럽 축구계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EPL 명문 첼시 인수전에 한국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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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BBC' '가디언' 등의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국내 금융사인 하나금융그룹과 스포츠 에이전시 'C&P 스포츠'가 첼시가 정한 입찰의 마감 시한인 현지시간 18일 오후 9시 이전에 입찰 의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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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인수를 위해 영국의 부동산 재벌 닉 캔디가 꾸린 '블루 풋볼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캔디는 "하나금융그룹과 'C&P 스포츠'는 컨소시엄의 주요한 파트"라고 확인했다. 'C&P 스포츠' CEO인 카타리나 킴(김나나)은 현지 언론을 통해 "첼시에 대한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이전까진 한국 자본이 톱티어 축구 클럽에 투자한 적이 없었다. 변화를 꾀할 때"라고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했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국내 언론을 통해 "컨소시엄과 함께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블루 풋볼 컨소시엄'은 20억파운드(약 3조2400억원) 이상의 입찰가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에서 에이젼트 활동중인 김나나 대표 송파=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3.18

캔디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시아, 미국 등 비유럽권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인수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첼시를 보다 글로벌한 클럽으로 만들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캔디는 '더 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우리(첼시)가 맨유처럼 되진 않을 것"이라며 인수가 확정될 경우 마리노 그라노브스카이아 이사, 브루스 벅 회장 등 기존 핵심 관계자와 함께 꾸준한 투자를 통해 첼시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이 뜻에 두 국내 기업이 동참했다.

'C&P 스포츠'의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업무는 구단 인수"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구단 인수는 정부규제, 국제법, 상법, 금융, 스포츠, 외교 등 다양한 요소를 집합적으로 판단해 일을 해야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이 작업에는 축구계에 존재하는 구단 운영에 대한 모든 것을 손대보는 경험을 한다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축구팬들이 하는 축구게임이 경기 운영을 가상 체험하는 재미라면, 구단 인수는 팀 리빌딩을 넘어 구단 리빌딩 예상을 통한 가상체험의 재미가 있다. 인수한 구단이 실제로 어떻게 걸어가는지 그 성장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C&P 스포츠'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글로벌 스포츠 에이전시 겸 풋볼 컨설팅 회사다. 스포츠 마케팅, 스포츠 매니지먼트 및 투자를 주요 업무로 한다. 구체적으론 구단 인수, 제휴 컨설팅, 리그 중계권 및 라이센스 세일즈, 구단 스폰서십 세일즈 등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한다.

하나금융그룹은 2019년 대전 시티즌(현 대전하나 시티즌)을 인수하고, K리그와 국가대표팀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 등 축구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나은행은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광고모델로 발탁하기도 했다. 하나금융그룹은 글로벌 금융 비즈니스 영역 확대와 투자은행(IB) 영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블루 풋볼 컨소시엄'이 첼시 인수전에서 승리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스위스 사업가 한스외르 바이스, 미국 LA다저스 공동 구단주 토드 볼리, 미국 시카고 컵스 오너 톰 리케츠 가문, 영국 부동산 투자업체 '케인 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 조나선 골드스타인, 영국 저널리스트 다니엘 핀켈스타인, 미국 PR 전문가 바바라 차로네, 전직 리버풀 회장 마틴 브루턴경과 로드 코 등이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된다. 'BBC'는 "확인된 입찰 건수가 10~15건"이라고 밝혔다.

'BBC'는 "첼시와 레인그룹이 내주 후보자 명단을 작성할 예정이며, 우선 입찰자는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자금 출처 등을 살핀다. 또한 프리미어리그 소유주와 이사진의 '적합한 인수자인지에 관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당히 까다로운 과정이다. 과거 기성용(현 FC서울)이 몸담았던 EPL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2020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인수 협상을 벌였지만, 프리미어리그 소유주와 이사진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인수에 실패한 바 있다. 인수에 성공하기까진 1년여를 더 기다려야 했다.

'블루 풋볼 컨소시엄'에 대해서도 첼시와 빅클럽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능력, 사회적 평판 등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프로구단을 소유했거나 운영해본 경쟁자에 비해 불리한 요건이다. 설령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첼시와 같은 빅클럽 인수 의향을 드러낸 것만으로 '인지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2003년 1억4000만파운드에 첼시 구단을 인수한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첼시의 성공 시대를 열었다. 아브라모비치의 자금력을 앞세운 첼시는 지난 19년간 17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차지했다. 가장 최근 유럽(챔피언스리그)과 세계(FIFA 클럽월드컵) 축구를 '정복'한 것도 첼시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더 이상 구단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영국 정부와 프리미어리그가 경제 제재 압박을 가하자 이달 초 구단 매각을 발표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지난 2일 미국 투자회사 ‘레인그룹’을 통해 매각 절차를 밟았다. 아브라모비치가 매긴 첼시 구단 매각가는 30억파운드(약 4조8000억원). 하지만 일부 축구 금융 전문가들은 ‘과한 책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