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필리스 브라이스 하퍼가 6일(한국시각) LA 에인절스전에서 8회말 극적인 동점 만루홈런을 터뜨리고 포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지난 주말 메이저리그 최고의 빅매치는 LA 에인절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3연전이었다.

두 팀은 4~6일(이하 한국시각) 필라델피아의 홈구장 시티즌스 뱅크파크에서 인터리그 3연전을 펼쳤다. 두 팀의 맞대결이 뜨거운 관심을 모은 이유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 마이크 트라웃(31)과 브라이스 하퍼(30) 때문이었다. 둘은 2012년 나란히 신인왕에 오른 동기생이다. 이후 빅리그를 평정하며 메이저리그 최고의 몸값을 받는 슈퍼스타가 됐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도 싱거웠다. 필라델피아가 3게임을 싹쓸이했다. 승부 자체가 일방적이었다. 필라델피아는 1차전 10대0, 2차전 7대2에 이어 3차전서는 9대7로 역전승했다.

필라델피아의 승리의 주역은 단연 하퍼였다. 3차전서 8회말 만루홈런을 날려 극적으로 동점을 만드는 등 3연전 동안 10타수 4안타 3홈런 8타점을 쏟아냈다.

반면 트라웃은 생애 최악의 슬럼프를 이어갔다. 3경기에서 11타수 무안타 4삼진을 기록했다. 트라웃이 침묵하는 바람에 에인절스는 2016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1연패의 나락에 빠져 승률이 5할 밑(27승28패)으로 떨어졌다.

26타수 연속 무안타는 트라웃 생애 최장 슬럼프다. 종전 기록은 2018년 5월 12~19일까지 21타수 무안타였다. 하지만 트라웃은 당시 슬럼프를 끝낸 직후 8경기에서 타율 0.458(24타수 11안타) 5홈런 9타점 11득점을 올리며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다.

흥미롭게도 하퍼는 3연전 직후 트라웃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6일 경기를 마친 뒤 그는 "모든 선수들이 지금 트라웃과 같은 슬럼프를 겪는다. 나도 선수생활을 하면서 그랬다"며 "트라웃은 역대 최고의 타자가 아닌가. 그가 얼마나 훌륭한 지 모든 사람이 안다. 슬럼프를 곧 벗어날 것이다. 그리고 시즌 후 사람들은 트라웃이 슬럼프에 빠졌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똑같은 마이크 트라웃이다. 3할, 40홈런을 치는 타자"라고 밝혔다.

트라웃에게는 힘이 되는 응원이다. 2012년 신인왕에 오른 트라웃은 3차례(2014, 2016, 2019년) 아메리칸리그 MVP에 선정됐고, 하퍼는 2012년 신인왕을 차지한 뒤 2015년과 2021년 두 차례 MVP에 올랐다. MVP가 MVP를 알아보는 법이다.

트라웃은 "이런 게 야구다. 좋은 때가 있으면 안 좋은 때도 있다. 지금은 안 좋은 때다"면서 "2주 전부터 배팅 타이밍을 맞추려고 노력 중이다. 지금은 타이밍이 좀 늦다. 정확히 칠 수 있는 폼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해결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