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5)을 잊은 찰리 몬토요 토론토 블루제이스 감독이 그의 대체자 로스 스트리플링(33)의 매력에 푹 빠졌다.
스트리플링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토론토의 6-0 완승을 이끌었다. 3회 로비 그로스맨에게 맞은 안타가 유일한 출루. 74개의 공으로 6이닝을 막는 효율의 극치를 보여줬다. 최고 93.3마일(150.2km) 포심 패스트볼보다 체인지업, 슬라이더, 너클 커브 등 변화구로 맞혀 잡는 투구를 펼쳤다.
류현진의 부상 이탈 이후 대체 투수로 로테이션에 들어온 스트리플링은 7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5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따냈다. 앞서 류현진이 부상으로 4이닝 만에 조기 강판된 지난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도 두 번째 투수로 2⅔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구원승. 최근 3경기에서 3승을 따내며 13⅔이닝 무실점 행진 중이다.
류현진의 부상 재발로 걱정이 가득했던 몬토요 감독으로서도 스트리플링이 예뻐 보이지 않을 수 없다. ‘MLB.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몬토요 감독은 디트로이트전 승리를 거둔 뒤 “스트리플링이 정말 잘하고 있다. 등판할 때마다 우리에게 이기는 기회를 주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몬토요 감독은 “스트리플링이 계속 선발을 할 것이다. 지금 우리 팀의 키”라고 치켜세우며 “모든 공을 스트라이크로 던지며 타자들의 밸런스를 흔들고 있다. 압도적이지 않아도 보는 재미가 있다”고 칭찬을 거듭했다.
이날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의 향후 일정과 관련 “멀리 떨어져 있다. 그가 끝났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아직 멀었다는 말이다. 지금은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없는 전력으로 취급했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하는 감독 입장에선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냉정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LA 다저스 시절부터 류현진과 절친한 관계인 스트리플링도 개인적으로는 기회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그에겐 가치를 증폭시킬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있다. 그동안 선발과 구원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는데 지금은 주축 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15경기에서 43이닝을 던지며 3승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14. 선발로 나선 7경기에선 평균자책점이 2.81로 내려간다.
스트리플링은 “이제 불펜보다 선발이 익숙해졌다. 이전에도 선발을 한 적이 있고, 타순이 2~3바퀴 돌 때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내 루틴을 유지하면서 밸런스와 경쟁력을 이어가겠다. 갑자기 사이영상을 좇을 건 아니다”고 말했다. 지금 좋은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이어가면 선발로 FA 시장에 나서 큰돈을 손에 쥘 수 있다. 류현진의 부상이 스트리플링에겐 기회가 되고 있다. 절친한 사이의 얄궂은 운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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