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앞에는 높이 2m가 넘는 철제 펜스가 진출입로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호텔 건물 입구에 서면 바깥 풍경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펜스에 가까이 가기만 해도 중국 공안들이 눈을 부라리며 막는다. 공안들이 24시간 지키는 출입문은 평소 자물쇠로 잠겨 있다. 사전에 허가받은 버스와 택시가 문 앞에 도착했을 때만 열린다. 이들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는 호텔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바로 앞에 편의점이 있어도 갈 수 없다. 외부에서 음식을 배달해서 먹을 수도 없다. 호텔 내 작은 가게가 있지만 살 수 있는 물건이 한정돼 있다. 호텔에 1만9000원을 주고 먹은 저녁은 밥을 제외하고 반찬이 3개인데 전자레인지에 막 돌린 것처럼 뜨뜻미지근하다. 매일 아침이 되면 입을 벌려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받고 나서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달 31일 베이징올림픽 '폐쇄루프' 내 호텔 앞 모습. 철제 펜스로 둘러싼 다음 중국 공안이 출입문을 통제하고 있다. /베이징=김지호 기자

2022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폐쇄 루프(Closed Loop)’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올림픽을 위해 중국을 찾은 선수단과 취재진, 그리고 자원봉사자를 이곳에 집어넣고 대회 기간 내 일반 중국인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다. 베이징과 옌칭, 장자커우에 있는 경기장과 훈련장, 호텔, 미디어센터들은 각각 철의 장막으로 둘러싸인 섬이다. 외부와 단절된 이 섬을 고속열차와 버스, 택시가 선으로 잇는다. 기차역도 올림픽 관계자와 일반인이 이용하는 출입구가 다르다. 승강장에는 서로 접촉하지 못하도록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고, 이용할 수 있는 열차도 분리돼 있다. 열차와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시간상 이어 타기가 어렵다. 역에서 다음 기차나 버스를 타기 위해 1~2시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유료인 택시를 이용해야만 하는 구조다.

작년 여름 도쿄 하계올림픽 땐 자율이 많았다. 입국 후 첫 3일간 숙소에서 자가 격리를 할 때도 호텔 담당자에게 외출 기록을 남기고 인근 편의점에는 잠깐 다녀올 수 있었다. 이후 사나흘마다 침을 뱉어 모으는 방식으로 코로나 검사를 했다. 버스⋅택시 등 올림픽 전용 교통수단을 이용해 경기장으로 가야 했지만 입국 후 14일이 지나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베이징에선 이런 자유를 꿈도 못 꾼다.

베이징이 도쿄보다 편한 점도 있다. 베이징에선 호텔 입구를 나설 때마다 출입 카드를 찍고 체온을 재며 소지품 검사를 한다. 하지만 이것만 통과하면 다른 시설에 갈 때 크게 제재를 받지 않는다. 반면, 도쿄에선 경기장이나 미디어센터 등 각 시설에 들어갈 때마다 다시 검사를 받는다. 하루에 여러 경기장을 돌아다닐 경우 길거리에서 한두 시간을 그냥 보내기 일쑤다.

‘철저 방역’을 외치는 중국이지만, 그럼에도 빈틈은 보였다. 사람이 몰리는 특정 시간대 버스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가끔 만원 버스가 돼 ‘거리 두기’ 방역 원칙이 무너진다. 조직위는 지난 1일 하루 동안 폐쇄 루프 내 6만5116명(선수 3426명)에 대한 PCR 검사 결과 1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2일 밝혔다. 지난달 23일 이후 2일까지 베이징 올림픽 관련 누적 확진자는 232명이다.

지난달 31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내 폐쇄루프에서 운영되는 셔틀버스가 발 디딜 틈 없이 혼잡한 모습./장자커우=김지호 기자

각국 선수단이 속속 들어가고 있는 베이징 선수촌에서 현재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침대다. 지난해 도쿄에선 사이즈가 작고, 육중한 사람이 드러누우면 두 동강이 날 것 같은 ‘골판지 침대’가 조롱의 대상이 됐다. 반면 베이징은 정반대로 칭송 대상이다. 베이징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리모컨으로 체형에 맞게 높낮이와 눕는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침대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개하며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선수들의 심장박동과 호흡을 검사하는 기능까지 갖췄다고 한다.

/베이징=송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