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승 기뻐하는 김선태·안현수 - 김선태(왼쪽)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감독이 6일 베이징 올림픽 혼성 계주에서 중국이 금메달을 따내자 펜스 위로 뛰어올라 무릎을 꿇은 채 환호하고 있다. 그는 4년 전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이었다. 그의 오른편에서 빅토르 안(안현수) 코치도 팔을 번쩍 들고 기뻐했다. /뉴스1

5일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중국, 미국, 헝가리,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뛴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혼성 계주 준결승. 중국은 헝가리와 미국 다음인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중국의 결승 진출이 좌절된 듯했는데, 심판이 경기 종료 후 약 10분 동안 리플레이를 분석하더니 전광판에 ‘미국, ROC 실격’이라는 글자가 나왔다.

미국은 13바퀴를 남기고 레이스 교대를 할 때 다음 주자가 너무 일찍 레이스 라인에 진입해 중국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이유였고, ROC는 교체하던 중국 선수와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있었다며 실격당했다.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하던 미국 선수들은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심판에게 항의했으나, 판정은 뒤집히지 않았다. 3위로 탈락 신세였던 중국은 2위 미국이 실격하며 2위로 결승에 진출,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반칙을 한 것으로 지적받았던 미국의 라이언 피비로토는 경기 후 “(실격당할) 문제 없이 스케이트를 탔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 레이스에서 중국이 실격당할 만한 장면은 그냥 넘어갔다는 지적도 나왔다. 준결승에서 13바퀴를 남겼을 때 ROC와 동선이 꼬인 중국 주자들이 직접 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진선유 KBS 해설위원은 중계방송에서 “주변에서 방해해도 터치를 해야 하는 것이 규정”이라며 “(터치가 없었는데) 중국을 조 2위로 인정한 심판 판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노터치’ 그순간 - 중국 계주 선수들(빨간옷)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파란옷)와 경합을 벌이다 터치를 못 했다. /트위터

경기장 밖에서도 중국의 ‘외풍’이 거세다. 2018년 평창 대회 피겨스케이팅에서 중국 선수들을 위한 편파 판정을 해 1년 자격 정지를 받았던 중국인 심판이 이번 대회에 합류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4년이 지났기에 심판을 맡을 수는 있지만, 당시 피겨계에서 논쟁거리였던 편파 판정인 만큼 조심스러웠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평창에서 중국에 밀려 동메달을 딴 캐나다 미건 뒤아멜은 “우리는 그 사람을 퇴출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올림픽 무대에 복귀하면 안 된다”고 했다.

중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엔 부적격 귀화 선수가 합류했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엔 국가 대표로 출전한 적이 있는 귀화 선수는 해당 국가 실업팀에서 4년 이상 뛰어야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논란이 된 중국 골리 제러미 스미스는 3년밖에 뛰지 않았는데도 연맹이 따로 지적하지 않아 대표팀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선수에게도 욕설 테러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맏형 곽윤기(33·고양시청)는 혼성 계주 준결승 편파 판정 논란에 대해 “(중국, 미국, ROC) 세 팀이 실격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비디오 판독이 길어져서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다”며 “한국과는 관계없는 판정이었지만, 남은 경기서 우리가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6일 말했다. 그는 앞서 2일 베이징에서 훈련을 마치고 “중국의 텃세는 작년 10월 월드컵 때 이미 경험했다. 걱정된다”고 말했고, 이후 중국 네티즌들에게 ‘소국(小國)의 선수’ 등 욕설이 담긴 소셜미디어 메시지 세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인지 남자 개인 1000m 예선에서 황대헌(23·강원도청)이 중국 리원룽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자 관중석에서 ‘우’ 하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날 관중석에서 야유가 이렇게 길게 나온 경기는 보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