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빌더 출신 군인, 축제 음악 전문 DJ, 코로나 병상을 지키던 의사, 보험 판매원…..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각국 선수들이 참가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남들은 1년 365일 훈련만 해도 바라보기 힘든 올림픽 출전의 꿈을 본업을 유지하면서 이뤄낸 별종들이다. 비록 엘리트 선수에 비해 실력은 떨어져도 올림픽을 향한 도전 정신만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썰매 타며 의사된 ‘엘사 공주’

아일랜드 루지 여자 대표 엘사 데즈먼드(24)는 지난해 말까지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였다. 지난달 초 유러피언 챔피언십에서 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포인트를 채우며 베이징행을 확정 지었다. 아일랜드가 남녀 통틀어 올림픽에 루지 대표를 내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즈먼드는 8세 때인 2006 토리노 올림픽 루지 경기를 TV 중계로 처음 접한 이후 썰매에 빠지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 참가한 영국 육군 캠프에서 동계 스포츠 훈련에 참가하면서 루지 훈련을 시작했다. 버킹엄 출신인 데즈먼드는 썰매에 뛰어난 소질을 보이며 처음엔 영국 루지 주니어 대표로 뛰다가 성인 대표팀부터는 아일랜드 국적으로 출전하기 시작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는 엘리트 선수 외에도 본업을 유지하면서 출전한 ‘별종’들이 많다. 왼쪽부터 의사인 엘사 데즈먼드 아일랜드 루지 대표, 음악 DJ 출신인 자메이카 알파인 스키 대표 벤저민 알렉산더, 미 현역 군인으로 보디빌더 경력이 있는 미국 봅슬레이 대표 하킴 압둘 사부르. /엘사 데즈먼드·벤저민 알렉산더·하킴 압둘 사부르 인스타그램

운동뿐 아니라 학교 성적까지 출중했던 데즈먼드는 학업의 꿈도 놓지 않았다. 영국 명문인 킹스칼리지런던 의대에 진학한 데즈먼드는 겨울마다 루지 경기를 뛰면서 의대 과정도 병행해 지난해 7월 액세스 병원 인턴 의사로 일을 시작했다. 현지 언론에선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루지의 빠른 주행 속도에 빗대 그를 ‘플라잉 닥터’라 부른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와 이름이 같다고 해서 ‘엘사 공주’라는 별명도 있다. 데즈먼드는 7~8일 루지 경기가 끝나면 곧장 병원에 복귀할 예정이다. 데즈먼드는 “수천만원을 운동에 지원한 부모님과 인턴 기간에도 올림픽 출전을 허락한 병원에 감사드린다”며 “좋은 성적을 안고 돌아가겠다”고 했다.

◇비선수 출신 많은 종목은?

동계 종목에서 컬링이 유독 ‘투잡’이 많다. 다른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많기 때문이다. 덴마크 남자 대표팀은 유리창 제조업체 직원, 물리치료사, 우체부, 스카이다이빙 지도자 등 1명을 제외한 선수 전원이 각자 직업을 가지고 있다. 2018 평창 올림픽 여자 컬링 준결승에서 한국의 ‘팀 킴’과 연장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패했던 일본 대표팀의 스킵(주장) 후지사와 사츠키(31)는 비시즌에는 보험 설계사로 활동한다.

미국 봅슬레이 대표팀 하킴 압둘 사부르(35)는 동계 팬들에게는 ‘만능 스포츠맨’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보디빌더 출신인 그는 고교 시절 농구, 육상 선수로 활동하다 버지니아대에 진학해 미식축구 선수, 헬스 트레이너로 활동했다. 현재 신분은 미 육군 군인이다. 자메이카의 첫 알파인 스키 올림픽 대표가 된 벤저민 알렉산더(39)는 유명 DJ 출신이다. 연중 최저 기온이 섭씨 20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자메이카에선 동계 종목을 할 기회가 적지만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의 음악 축제에서 DJ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키를 접하게 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