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코치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편파판정 논란을 두고 “안타깝다”는 글을 썼다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삭제했다. 자신의 발언이 기사화돼 화제를 모으자 현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현수는 8일(현지 시각) 오전 2시쯤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쓰고 쇼트트랙 경기에서 연이어 불거진 편파판정 논란을 언급했다. 그는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선수들에게 얼마나 간절하고 중요한지 안다”며 “때문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판정 이슈가 현장에서 지켜보는 선배로서 동료로서 지도자로서 저 또한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논란 등은 자신이 관여할 수 없는 영역 밖의 일이라며 가족을 향한 무분별한 욕설에 고통을 호소했다. 안현수는 “제가 처한 모든 상황이 과거의 제 선택이나 잘못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저는 그 어떤 비난이나 질책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아무 잘못 없는 가족이 상처받고 고통받는다는 게 지금 제게는 가장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가 짊어진 관심의 무게에 비해 늘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해 더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며 살고 있다”며 “주어진 역할에 늘 최선을 다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실수하고, 제 선택에 실망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안다. 그렇기에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워 공식 인터뷰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심을 담아 쓴 글인 듯했으나 안현수의 글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같은 날 오후 삭제됐다. 편파판정에 대한 지적과 항의에도 “공정한 결과였다”며 자축하는 중국 내 분위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있었던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 직후 일부 중국 언론은 “한국과 헝가리의 명백한 반칙이 있었다” “심판 판정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기사를 내놨다. 여기에 네티즌들 역시 “소국 한국이 대국 중국에 감히 항의를 한다” “반칙의 제왕은 한국이다” 등의 적반하장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한편 안현수는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르며 ‘쇼트트랙 황제’로 군림했다. 그러나 국내 파벌 싸움 등에 휘말리며 2011년 국가대표로 뽑히지 못했고 러시아로 귀화했다. 2014년 소치 대회에 러시아 대표로 출전한 그는 또 한 번 3관왕을 차지하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이후 2018년 모국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출전을 원했으나 도핑 의혹에 연루돼 무산됐다. 결국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최근 중국팀 기술코치로 합류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가 한국 대표팀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등을 토닥이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