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남자 1000m 세계기록과 올림픽 기록 보유자인 황대헌(강원도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에서 탁월한 기량을 선보이며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고도 실격을 당했다. 결승선을 4바퀴 남기고 인코스를 절묘하게 파고들어 중국 선수 두 명을 제친 행위가 반칙 판정을 받았다. 심판진은 10분 가까이 비디오 판독을 한 뒤 황대헌이 레인 변경을 늦게 했다는 판정을 내리며 페널티를 줬다. 하지만 현장에서 경기를 중계한 해설진의 생각은 달랐다.
1998 나가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안상미 MBC 해설위원은 “이날 아리안나 폰타나가 여자 500m 결승에서 우승하며 보여준 추월 장면과 황대헌이 다를 게 없다. 국가에 따라 페널티가 부여되는 것인가”라며 반문한 뒤 “내가 옷깃을 스친 게 아니라 상대방이 옷깃을 스쳤는데 실격당했다.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이라고 말했다.
밴쿠버올림픽 2관왕인 이정수 KBS 해설위원도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추월이었다”며 “황대헌이 두 중국 선수 사이로 파고들었다면 실격의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황대헌이 런쯔웨이가 코너로 들어가며 틈이 벌어졌을 때 접촉 없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준결승 2조에서 출전한 이준서도 조 2위로 통과했다 레인 변경 반칙으로 실격당한 것도 석연치 않았다. 박승희 SBS 해설위원은 “레인 변경 반칙은 같은 선상에 있을 때 실격이 주어지는데 이준서는 뒤에 있는 류 사오앙이 나오는 과정에서 앞에서 달렸을 뿐”이라며 “류 사오앙은 별다른 접촉 없이 빙판에 자신의 왼발이 걸려 넘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쇼트트랙 경기를 지켜 본 팬들은 “실격 안 당하려면 깜빡이를 켜고 들어와야 하나” “눈 뜨고 코 베이징” “이럴 거면 그냥 중국 체전을 해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은 소셜미디어에 ‘또 실격? 와, 열 받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