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KBS 해설위원(왼쪽)이 일본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고다이라 나오(오른쪽)가 지난 13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의 국립 스피드스케이팅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8초09를 기록하며 17위에 그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으로 참여한 이상화(33)가 절친이자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36·일본)의 경기를 중계하다 눈물을 흘렸다. 일본은 이상화가 보인 우정의 눈물에 감동을 표했다.

고다이라는 지난 13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의 국립 스피드스케이팅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8초09를 기록하며 17위에 그쳤다.

KBS 해설위원으로 경기를 중계하던 이상화는 고다이라의 아쉬운 결과에 눈물을 흘렸다. 이상화는 “무거운 왕관의 무게를 이겨낼 줄 알았는데 심리적 압박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오랜 친구이자 경쟁자였다. 이상화가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할 때 고다이라는 이상화를 롤모델로 삼으며 훈련했다. 마침내 고다이라는 2018 평창올림픽에서 이상화의 올림픽 3연패를 막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승을 확정하고 일장기를 흔들던 고다이라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상화를 끌어안으며 격려했다. 당시 두 선수의 우정은 한일 양국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를 마친 후 우정의 포옹을 나누는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의 모습./연합뉴스

이상화는 경기 후 취재진에 “(4년 전 포옹은) 잊지 못할 장면이다. 고다이라가 (평창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500m를 장악했다. 한 번 챔피언은 영원한 챔피언”이라며 “용감한 모습과 도전 정신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고다이라의 부상도 알았고, 챔피언의 무게가 견디기 힘든 것이다. 베이징올림픽을 도전한다는 것 자체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며 “아쉽지만 남은 1000m에서 본인의 레이스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다이라도 이상화의 마음을 이해한 듯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화. 잘 지냈어? 보고 싶었어요. 저는 오늘 안 좋았어요”라고 서툰 한국어로 말했다. 이어 다시 일본어로 “계속 분발하겠다”며 말을 줄였다.

이상화의 눈물 어린 응원에 일본은 감동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상화의 눈물에 감동 퍼진다…우정에 국경은 없다’란 제목으로 이상화와 고다이라의 우정을 조명했다. 매체는 “이상화의 눈물이 중계화면에 비춰지자 소셜미디어에는 국경을 넘은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한 글이 잇따랐다”고 전했다.

닛칸스포츠도 고다이라의 부진에 이상화가 눈물을 보였다고 언급하며 ”2명의 관계성이 멋지다. 변함 없는 우정이 엿보인 장면에 사람들이 감동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