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시절 고의적인 몸싸움을 일삼아 ‘반칙왕’으로 불렸던 중국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왕멍(王濛)이 연일 한국 선수들에 대한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에는 중국 우다징(武大靖)의 남자 500m 결승진출 실패를 황대헌(23·강원도청)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경기는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치러졌다. 4년 전 평창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딴 우다징과 은메달리스트였던 황대헌은 이날 준결승 2조에서 만나 대결했다.
4바퀴 반을 도는 레이스 내내 우다징은 황대헌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5명 중 4위로 달리던 황대헌이 바깥쪽에서 추월에 시동을 걸자 우다징이 힐끔 쳐다보는 장면도 나왔다. 그러던 중 황대헌이 결승선을 반 바퀴 남은 상황에서 인코스를 파고들었으나, 안타깝게도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와 충돌하며 밀려났다.
이 상황 덕분에 우다징 앞에는 헝가리 선수 단 한 명만 남게 됐고 그대로 달린다면 2위로 골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코스로 질주한 카자흐스탄의 아브잘 아즈갈리예프가 치고 나왔고 우다징은 추월당해 3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황대헌은 뒤늦게 레인 진입을 했다는 반칙으로 실격됐고 우다징은 순위결정전으로 떨어졌다.
경기를 중계한 왕멍은 이 경기를 두고 “황대헌이 우다징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시나스포츠에 따르면 왕멍은 “황대헌이 넘어지는 과정에서 스케이트 날을 뒤로 차면서 우다징을 방해했다”며 “그 동작이 너무 위험해 우다징은 피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지 않았다면 부상당했을 것”이라고 했다.
앞자리에서 발생한 황대헌의 충돌에 우다징이 영향을 받아 3위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계 화면에 잡힌 모습을 보면 우다징은 황대헌이 중심을 잃고 넘어지려 할 때 피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또 왕멍은 심판이 우다징에게 결승진출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판정 결과 황대헌과 충돌한 뒤부아만 어드밴스를 받았다.
유독 한국 선수들에게 무차별적인 왕멍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그는 지난 5일 2000m 혼성계주를 중계하는 과정에서 한국 선수들이 넘어지자 “혼자 넘어졌다” “잘 됐다” “동정의 여지가 없다”며 박수를 쳤다. 또 “우리(중국)와는 상관없다” “이제 한국이 누구 탓을 하려고 할까” 등의 말도 했다.
11일 최민정이 여자 1000m 은메달을 땄을 때도 왕멍은 “최민정의 은메달은 실력이 딱 거기까지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외에도 중국 대표팀 기술코치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를 향한 한국 내 비난 여론을 언급하며 “안현수를 욕할 자격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