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이 1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연기를 마친 후 손을 흔들고 있다. 유영은 쇼트프로그램에서 70.34점을 기록했다. /뉴스1

한국 여자 피겨스케이팅 유영(17)과 김예림(19) 쇼트 프로그램에서 나란히 중간 순위 ‘톱10′에 올랐다. 한국 피겨 선수가 쇼트에서 나란히 10위 안에 든 건 처음이다.

유영은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6.80점, 구성점수(PCS) 33.54점 등 합계 70.34점을 따내며 6위에 올랐다.

유영은 이날 여자 싱글 전체 30명 중 27번째로 아이스에 섰다.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네오클래식 ‘윌링 윈즈(Whirling Winds)’에 맞춰 천천히 연기를 시작했다. 유영은 첫 번째부터 고난도 기술인 트리플 악셀에서 넘어지지 않았다. 착지 불안으로 감점을 당하긴 했지만, 3바퀴 반을 도는 고난도 점프 기술인 트리플 악셀은 국내에서 유영만 유일하게 구사하고, 세계적으로도 완벽하게 성공하는 선수들은 많지 않다.

이어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과 트리플 플립까지 3가지 점프 요소를 큰 실수 없이 해냈다. 플라잉 카멜 스핀, 레이 백 스핀, 스텝 시퀀스 등 비점프 요소도 유려하게 하면서 마무리했다.

김예림(19)은 이날 쇼트 9위에 자리했다. 기술점수(TES) 35.27점과 예술점수(PCS) 32.51점으로 총점 67.78점을 기록했다.

김예림이 펼치는 기술들은 배점이 크지 않기 때문에 상위권에 오르기 위해서는 실수 없이 마쳐야 했는데, 조그만 실수를 빼고는 성공적으로 연기를 마쳤다. 김예림은 고전 클래식인 프란츠 리스트의 ‘사랑의 꿈(Liebestraum)’에 맞춰 연기했다. 첫 과제인 연속 3회전 점프(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에서 트리플 러츠 도약을 실수했다. 다음 2회전 반을 뛰어 오르는 더블 악셀은 안정적으로 해냈지만, 트리플 플립에서 회전이 부족했다. 그리고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 플라이 카멜 스핀 등을 선보이며 연기를 마무리했다.

1위는 도핑 규정 위반 논란에 휩싸인 카미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몫이었다. 발리예바는 총점 82.16점을 기록했다. 3회전 반을 도는 트리플 악셀에서 착지 실수를 범했는데도, 나머지 연기에서 가산점을 쓸어담으며 마무리했다. 경기를 찾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선수단은 기립 박수로 응원했고, 발리예바는 울먹이며 두 팔을 벌려 인사했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러시아선수권대회가 끝난 뒤인 12월 25일 제출한 도핑 샘플에서 금지 약물인 트리메타지딘 양성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지난 8일 검사 결과를 받은 뒤 자동으로 임시 출전정지 처분을 내렸다가 다음 날 발리예바 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징계를 철회했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빙상연맹(ISU)가 징계 철회에 반대해 국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했지만, RUSADA의 결정을 뒤집지 못했다. CAS는 발리예바의 도핑 양성 반응 문제에 대한 정식 청문회가 있기 전까지 임시 출전 정지 처분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IOC는 발리예바가 메달을 획득하더라도 공식 시상식은 물론, 간이 시상식도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피겨 여자 싱글은 쇼트프로그램과 17일 치러지는 프리 스케이팅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25위 안에 들면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경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