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동계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한국의 오랜 효자종목 쇼트트랙은 판정논란과 빙질문제 등 여러 악재 속에서도 금메달 2개(남자 1500m 황대헌·여자 1500m 최민정), 은메달 3개(남자 5000m 계주·여자 3000m 계주·여자 1000m 최민정)를 따내며 대회를 마쳤다.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출전국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지만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특히 여자 대표팀은 대회 시작 직전까지 ‘역대 최약체’란 평가를 받았고, ‘최악의 성적’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는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여자 대표팀은 훈련 시간, 서로 호흡을 맞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역대 최약체’란 평가도 나왔다”고 했다.
팀 경기인 계주는 선수들이 올림픽을 위해 4년 동안 합을 맞추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대표팀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했던 심석희가 징계를 받아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부상 중인 김지유도 팀에서 빠졌다. 예비 명단에 있었던 서휘민과 박지윤이 올림픽 무대에 나서게 되면서 함께 합을 맞출 시간이 6개월 가량밖에 되지 않았다.
최 평론가는 “기량이 출중한 선수들이 손발을 맞추기 위해서 훈련과 시간이 필요한 것도 물론 당연하지만 기량이 어느 정도 올라온 선수들은 함께 하자는 동기나 심적인 요인이 맞춰지기만 하면 실제로 계주에서 손발을 맞춘 데에는 시간이 그렇게 필요하지는 않다”고 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정말 우리가 원팀이다라고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며 “국가대표 선수들이 손발 맞추기를 금방 할 수 있겠냐 (우려)했는데 그게 이루어졌다”고 했다.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 여자 계주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역대 최약체’ 우려를 말끔히 지워냈다. 2014 소치올림픽과 2018 평창올림픽의 금메달에 이어 따낸 3대회 연속 메달이다. 여자 대표팀은 시상대에서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결국 은메달을 따냈다는 의미를 담은 세레모니를 선보이며 값진 은메달을 자축했다.
최 평론가는 “김아랑 선수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하나가 된 역사가 없었다’고 얘기했다”며 “우려와는 다르게 이 선수들이 이번에 우리가 최악이라는 얘기와 최약체라는 얘기를 들으니까 ‘힘을 내자’고 마음을 모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자 계주 대표팀에서는 엔트리가 5명이고 실제 출전은 4명이 한다. 한 명은 후보인데, 박지윤 선수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며 “규정상 포상금은 경기에 나간 선수만 받게 되는데 여자대표팀이 ‘우리 박지윤에게 이거 나눠주자’고 해서 포상금 나눠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계주 멤버라도 올림픽 경기에 뛰지 않으면 메달을 받지 못한다. 여자 대표팀 5명 선수들 중 박지윤은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고, 메달은 4명의 선수들에게만 돌아갔다.
선수들은 박지윤에게 미안함을 내비쳐왔다. 이유빈은 여자 계주 경기가 끝난 뒤 “박지윤과 훈련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은메달을 함께 걸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표팀 내부에선 박지윤에게도 포상금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고, 박지윤과 포상금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