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선 차예은. / 김동환 기자

여자 품새의 차예은(22·경희대)이 아시안게임 정상에 섰다.

차예은은 24일 중국 저장성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여자 태권도 품새 개인전 결승에서 평균 7.540점을 받아 일본 니와 유이코(7.160점)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은 남자 품새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강완진에 이어 차예은도 우승을 하면서 품새에 걸린 금메달 2개를 모두 가져가게 됐다.

24일 오후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태권도 품새 개인전에 출전한 차예은(오른쪽)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관중석을 향해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연합뉴스

품새는 가로·세로 각각 12m 경기장에서 경연을 펼쳐 심판 7명 중 최고점과 최저점을 뺀 5명의 평균 점수로 승부를 가린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예선부터 8강까지는 공인품새(태극 6~8장, 고려, 금강, 태백, 평원, 십진)로 경쟁하고, 준결승과 결승은 공인품새와 자유품새로 진행했다. 자유품새는 피겨스케이팅처럼 준비한 음악에 맞춰 연기를 펼치는 종목으로, 공중연속발차기와 아크로바틱발차기 등의 고난도 동작이 필수 요소로 들어가야 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선 차예은. / 김동환 기자

자유 품새에선 세계 최강자지만, 상대적으로 품새 경력이 짧아 공인 품새가 약점으로 꼽히는 차예은은 8강까지가 고비였다. 공인 품새인 태극 8장과 평원으로 치른 8강전에서 0.01점 차로 어렵게 응우옌 티 킴하를 제치고 4강에 오른 차예은은 자유 품새가 들어간 준결승과 결승에선 물 만난 고기처럼 화려하게 매트를 수놓으며 금메달을 따냈다.

차예은은 원래 송판을 깨면서 성장한 선수였다. 고등학교 시절엔 수원시 시범단, 대학에 진학해서도 경희대 시범단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송판을 깨부순 그는 대학 2학년 때 품새 선수로 완전히 전향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선 차예은. / 김동환 기자

고2 시절 당한 큰 부상이 차예은의 태권도 인생을 바꿔놓았다. 한 대회에서 무릎 십자인대와 연골이 파열되면서 두 차례 수술대에 올랐고, 1년 가량 재활에만 매달려야 했다. 부상 여파로 높은 곳에서 착지하는 동작이 어려워지면서 차예은은 품새로 방향을 틀었다. 시범단 시절 보여줬던 아크로바틱한 동작들이 자유 품새에서 빛을 발했다.

아시안게임으로 가는 과정은 쉽지는 않았다. 지난해 선발전에서 2위로 탈락한 그는 대회가 1년 뒤로 밀리면서 재선발전을 거쳐 항저우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대회를 앞두고 약점으로 지적된 공인품새를 집중적으로 연마한 결과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