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윤(23·안산시청)이 ‘노 골드’ 위기에 몰렸던 한국 유도를 살렸다. 여자 78㎏ 이상급 세계 랭킹 4위 김하윤은 26일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에서 중국의 쉬스옌(26·세계 6위)을 물리쳤다. 시작 43초 만에 밭다리후리기 기술로 절반을 얻었고, 4분 경기 끝까지 이 점수를 지켰다. 김하윤은 지난달 IJF(국제유도연맹)가 주관하는 헝가리 마스터스 8강전에서 쉬스옌과 대결해 연장 승부 끝에 안다리걸기 되치기를 당하며 졌다. 쉬스옌과 통산 상대 전적에서도 2전2패로 밀렸는데,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설욕에 성공했다.
김하윤은 앞선 준결승에서 몽골의 아마르사이칸 아디야수렌(23·세계 15위)을 한판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4분 경기의 5초를 남기고 허벅다리걸기로 상대를 매트에 눕혔다. 김하윤은 8강에선 우즈베키스탄의 리나타 일마토바(24·세계 랭킹 77위)를 1분 57초 만에 조르기 한판으로 이겼다.
한국은 25일까지 남녀 9체급에 출전해 은메달 2개와 동메달 4개를 땄다. 기대했던 금메달이 나오지 않아 초조함이 커져 갔다. 남자 66㎏급 2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안바울(29·남양주시청)은 3위를 했고, 남자 60㎏급 이하림(26·한국마사회)과 81㎏급 이준환(21·용인대) 등 차세대 간판급 선수들도 2위에 머물렀다.
유도가 아시안게임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6 서울 대회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아홉 번 대회에서 금메달 41개를 땄던 한국으로선 사상 처음 ‘개인전 노 골드’로 대회를 마감할 위기였다. 하지만 개인전 마지막 날 한숨을 돌렸다. 김하윤은 여자 최중량급인 78㎏ 이상급에서 한국 역대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김하윤은 공식 계체에서 109.9㎏, 쉬스옌은 133.9㎏을 찍었다. 김하윤은 지난 2021년 열렸던 도쿄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당뇨 판정을 받아 체중이 많이 빠지는 등 부작용에 시달렸다. 올림픽 출전 꿈도 이루지 못했다.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120㎏ 안팎 체중을 유지하다가도 가끔 몸무게가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김하윤은 대표팀에서 김미정(52)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김 감독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72㎏급(현 78㎏급) 금메달리스트다.
체중이 24㎏ 더 나가는 상대를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건 김하윤은 “일주일 전 훈련하다 왼쪽 무릎을 다쳤는데, 경기 때는 통증이 사라졌다. 분석한 대로 하면 분명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면서 “내년 파리 올림픽 정상에 서는 것이 목표”라고 소감을 밝혔다. 가수 김호중의 팬이라며 “한번 뵙고 싶다”고도 했다.
김하윤은 엘리트 운동 선수로는 늦은 시기인 중학교 3학년 때 부산에서 도복을 입었다. 부산 삼정고 시절 전국체전 3연패(連覇)를 했다. 3학년 때는 2체급(78㎏ 이상급·무제한급) 우승을 휩쓸기도 했다. 한국체육대 재학 중이던 2019년 주니어 세계선수권 2위를 하며 국제 무대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22년 포르투갈 그랑프리 1위, 파리 그랜드슬램 3위,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 3위, 도쿄 그랜드슬램 3위 등 꾸준하게 성적을 내며 세계 정상권으로 발돋움했다. 올해도 파리 그랜드슬램과 포르투갈 그랑프리 1위, 세계선수권(카타르 도하) 5위, 헝가리 마스터스 3위를 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은 26일 김하윤의 금메달 외에 동메달 2개를 추가했다. 남자 최중량급인 100㎏ 이상급 김민종(23·양평군청)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카자흐스탄의 갈림잔 크리크바이(26)에게 절반승을 거뒀다. 여자 78㎏급 윤현지(29·안산시청)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카자흐스탄의 아루나 잔겔디나(24)에게 절반 두 개(허리껴치기, 곁누르기)를 뺏으며 한판승을 거뒀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 유도 종목에서 금 1, 은 2, 동 6개를 수확했다. 1990년 베이징 대회(금 2, 은 5, 동 9개)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일본과 우즈베키스탄이 금메달 4개씩을 땄고, 대만이 2개를 가져갔다. 한국은 27일 혼성 단체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