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m 러닝타깃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하광철(왼쪽부터)과 정유진, 곽용빈이 시상대에 올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사격 남자 10m 러닝타깃(정상) 시상식. 한국 대표팀 정유진(40), 하광철(33), 곽용빈(29)이 2위 자리에 서있던 북한 선수 옷깃을 잡아당겼다. 다 함께 금메달 단상에 올라와 기념사진을 찍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 선수들은 애써 외면한 채 꼿꼿이 제자리를 지켰다. 앞서 메달리스트 소개 때 3위 인도네시아에는 박수를 보내더니 한국이 소개될 땐 박수 치지 않았다. 이전까지 이번 대회 동메달 1개뿐이었던 북한 첫 은메달이었지만, 기뻐하는 기색도 없었다. 홍승표 사격 대표팀 감독은 “다른 대회에선 악수도 하고 대화도 한다”며 “보는 눈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은 이날 북한과 초접전을 벌인 끝에 금메달을 차지했다. 러닝타깃은 10m 앞에서 가로 방향으로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는 종목으로, 1인당 60발을 쏜 총합 기록으로 개인전 순위를 정하고, 각국 선수 3명 점수를 더해 단체전 결과도 매긴다. 한국은 총점 1668점으로 우승했다. 2위 북한과 동률이었으나, 표적 정중앙 0.5㎜ 내에 맞은 ‘이너 텐(Inner-ten)’ 개수가 북한보다 10개 많아 극적으로 금메달을 가져왔다. 막판까지 북한이 1위를 달리고 있었으나, 북한 유성준이 마지막 3발을 9점, 7점, 8점을 쏘며 한국에 따라잡혔다. 한국 사격은 러닝타깃 선수가 전국에 8명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시아 제패라는 쾌거를 이뤘다.

대표팀 ‘맏형’ 정유진은 개인전 동메달도 목에 걸었다. 그는 565점으로 베트남 응우옌 투안 안과 공동 3위에 올랐고, 2발로 순위를 가리는 ‘슛 아웃’에서 승리했다. 2010 광저우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4회 연속 메달(금2 동3) 획득에 성공했다. 중·고교 시절 공기소총 선수를 하다가 군에 입대해 국군체육부대에서 러닝타깃으로 전향한 그는 2011년 전국체전에서 러닝타깃 종목이 빠지면서 총기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그러나 3년 후 러닝타깃이 전국체전에 돌아오면서 다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아시아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한국 사격은 이날 남자 러닝타깃 포함, 금1·은3·동1을 수확했다. 남자 10m 공기소총 단체전에서 박하준(23)·남태윤(25)·김상도(36)가 은메달을 합작했고, 박하준은 개인전 은메달도 획득했다. 남자 20m 속사권총에서도 송종호(33)·이건혁(24)·김서준(33)이 단체전 은메달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