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희(31·미래에셋증권)와 함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복식 정상에 오른 탁구 신동 신유빈(19·대한항공)이 경기 후 특별한 장면으로 또 한 번 팬들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전지희와 태극기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기 전 태극기가 뒤집혀있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 잡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2일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펼쳐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복식 결승전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와 맞붙어 게임스코어 4-1(11-6, 11-4, 10-12, 12-10, 11-3)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흐뭇한 장면은 경기 후 세리머니에서도 등장했다. 두 사람이 태극기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기 직전이었다. 중국에서 귀화한 전지희가 태극기를 뒷면이 앞으로 가게 집어든 탓에 좌우 문양이 반대로 바뀌어있었다. 얼핏 보면 태극기의 건곤감리가 뒤집혀 있는 상황을 알아채기 힘든 상황이었다.
환호성과 취재 열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전지희뿐만 아니라 신유빈 역시 자세히 보지 않았다면, 이를 모른 채 기념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때 전지희와 신유빈은 함께 태극기를 자세히 들여다봤고, 신유빈은 이상한 점을 단번에 알아채고 본인이 직접 태극기를 돌려 건곤감리의 위치를 바로잡았다. 두 사람은 태극기를 든 채 환히 웃으며 손으로 브이(V)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띠동갑인 두 사람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서로에게 공을 돌리는 모습으로 또 한번 흐뭇한 장면을 연출했다. 전지희는 “결승전이라 많이 떨렸는데 유빈이가 힘을 실어줘 잘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신유빈은 “아시안게임 결승에 처음 올라 신기했다”며 “신기한 만큼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었다. 언니가 잘 이끌어줘 금메달을 따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신유빈, 전지희는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21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선사했다. 신유빈은 처음 태극마크를 단 2019년부터 띠동갑 전지희와 짝을 이뤄 4년간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2021 도하 아시아선수권 금메달에 이어 두번째 메이저 대회 금메달을 거머쥐며 명실상부 ‘최강 콤비’로 거듭났다. 전지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단식 출전을 포기하는 대신 여자 복식과 단체전에 집중할 만큼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강한 의지를 보였고, 이는 값진 성과로 연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