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이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은 동호인마저도 아시아 정상을 넘본다.
동호인 출신으로 태극마크를 단 '청원경찰 궁사' 주재훈(31·한국수력원자력)이 꿈에 그리던 아시안게임 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재훈-소채원(26·현대모비스) 조는 4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혼성전 결승전에서 인도에 158-159로 졌다.
준준결승과 준결승에서 베트남과 대만을 연달아 격파했지만 인도에 석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 문턱을 넘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주재훈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이다.
주재훈은 동호인 출신이다. 엘리트 과정을 밟은 적이 없다. 건강과 재미를 위해 취미로 시작한 양궁 인생이 이번 대회 은메달로 인도했다.
대학에 다니다 해병대를 전역한 주재훈은 24살의 나이로 우연히 동호회를 통해 궁사의 길을 걸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영상 자료를 보며 기술을 연마했다. 지인의 축사에서 활쏘기 기술을 연습하며 실력을 키웠다. 유튜브를 통해 호흡, 루틴 등을 연구했다.
동호인 대회에서 '군계일학'으로 꼽힌 주재훈은 국가대표에 도전장을 냈다. 국가대표의 문을 다섯 차례 두드린 끝에 주재훈은 태극마크를 달고 이번 대회에 나섰다.
원래 오지 못할 대회였다.
주재훈은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태극마크를 포기했다.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면서 기회가 한 차례 더 주어졌고, 올해 국가대표 기회를 잡았다.
한국수력원자력 정보보안부 청원경찰로 일하던 주재훈은 회사에 휴가를 내고, 국가대표 선발전과 평가전에 나섰다.
지난 4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최종 평가전에서 1·2차 합계 결과, 컴파운드 남자부 4위를 차지한 주재훈은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한 뒤 "메달을 꼭 따고 싶다"던 주재훈은 자신의 꿈을 이뤘다. "동호인으로 시작해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은 것 만으로도 영광"이라던 주재훈이다.
컴파운드는 기계식 활을 쏘는 종목으로 올림픽에서는 열리지 않는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메달이 컴파운드 종목 선수에게 금자탑인 이유다. 첫 메달을 얻은 주재훈은 오는 5일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개인전에선 동메달결정전을 앞두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