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홈팀 중국에 완패하며 아시안게임 8강 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남자배구 조기 탈락에 이은 또 다른 비극이다.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46·스페인)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세계 40위)은 4일 중국 항저우 사범대학 창첸캠퍼스 체육관에서 벌인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 라운드 E조 첫 경기에서 1시간 15분 만에 중국(6위)에 세트스코어 0대3(12-25 21-25 16-25)으로 무릎을 꿇었다.
대표팀은 1세트 초반에 6-9로 따라붙는 등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그러나 이후 실책을 남발하고 중국의 타점 높은 공격에 고전하며 8-17 더블 스코어(double score) 차로 끌려간 뒤 결국 세트를 내줬다.
2세트에선 문정원(31·한국도로공사)이 서브에이스를 꽂아 넣는 등 대표팀의 공격력이 살아나고 상대 실책이 겹치며 한때 16-12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20-20으로 맞선 상황에서 막판 집중력 부족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세트를 빼앗겼다.
3세트에서도 초반엔 대등한 경기를 펼치다가 후반에 무너지는 양상이 반복됐다.
강소휘(26·GS칼텍스)가 9점을 꽂아 넣으며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고, 박정아(30·페퍼저축은행)와 이주아(23·흥국생명)가 6점씩 보태며 분전했지만 패배는 막지 못했다.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이날 패배로 한국 여자배구의 4강 진출은 무산됐다. 예선 성적을 안고 치르는 8강 라운드 E조에서 한국은 예선 베트남전 1패와 함께 총 2패를 기록했다.
앞서 열린 다른 8강 라운드 경기에서 베트남(39위)이 북한(랭킹 집계되지 않음)을 3대1로 누르며 E조에서 현재 중국과 베트남이 나란히 2승을 챙겼고, 북한이 2패로 처졌다. E조에선 상위 2팀이 4강에 진출한다.
한국은 오는 5일 북한과 8강 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게 됐다. 나란히 2패를 기록한 한국과 북한의 경기는 조 최하위를 벗어나기 위한 경기일 뿐, 조 1·2위 순위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한국 여자배구는 2006년 도하 대회(5위)를 제외하곤 1962년 아시안게임부터 2018년까지 시상대를 놓친 적이 없었다. 1994 히로시마, 2014 인천 대회에선 정상도 만끽했다. 그러나 이번엔 ‘노메달(no medal)’이라는 성적을 안고 퇴장하게 됐다.
앞서 먼저 경기를 치른 남자배구도 인도, 파키스탄 등에 완패해 비슷한 모습으로 일찍 짐을 쌌다. 한국 남자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입상하지 못한 건 61년만이었다.
한편, 국내 프로배구 리그는 오는 14일에 개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