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10연패를 달성했다. 임시현(21), 남수현(19), 전훈영(30)으로 이뤄진 양궁 여자 대표팀은 28일(현지 시각)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세트 승점 5대4로 꺾었다. 양궁 단체 종목이 처음 도입된 1988 서울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단 한 번도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이로써 한국 선수단은 2024 파리 올림픽 대회 개막 첫 주말인 27일과 28일(이상 현지 시각)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내며 힘차게 출발했다. 한국은 2008 베이징 대회(유도 최민호)부터 5회 연속 대회 1일 차에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역대 하계 올림픽 97번째, 98번째, 99번째 금메달이 나왔다.
임시현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을 차지했지만 올림픽은 처음이었다. 맏언니 전훈영, 막내 남수현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국제 대회에 나선 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이날 초반부터 중국을 압도하면서 일찌감치 승리를 결정지었다.
한국은 지난 4~5월 열린 월드컵 여자 단체전에서 중국에 연이어 패배하면서 2연속 은메달에 그쳐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세 선수는 “호흡을 맞춰가는 단계”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 이날 8강전에서는 대만을 6대2로 격파했고, 4강전은 네덜란드와 슛오프 끝에 6대4로 승리하면서 결승에 올라왔다. 그리고 마침내 결승에서 중국에 1~2차 월드컵에서 진 빚을 갚았다. 이제 남수현·전훈영은 올림픽 2관왕, 임시현은 혼성전까지 3관왕에 도전한다.
앞서 한국 첫 금메달은 한국 펜싱 간판 오상욱(28)이 따냈다. 그는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15대11로 물리치고 시상대 맨 위에 섰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단체전 우승 멤버였던 그는 두 번째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개인전 첫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2019년 세계선수권,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2019년과 올해 아시아선수권 정상에 이어 파리 올림픽 금메달로 한국 펜싱 최초로 ‘개인전 그랜드슬램’의 영광도 안았다.
이어 28일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종목에서 오예진(19)과 김예지(32)가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었다.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둘은 마지막까지 경쟁하면서 다른 선수들을 따돌렸다. 마지막 기록은 오예진이 243.2점, 김예지가 241.3점이었다. 한국 사격 선수가 올림픽 시상대에 같이 올라간 건 2012 런던 대회 50m 권총 진종오(금), 최영래(은) 이후 처음이다. 오예진은 2016 리우 대회 50m 권총 진종오 이후 한국 선수로는 8년 만에 올림픽 결선 신기록도 세웠다. 둘은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이기도 하다.
앞서 이번 대회 첫 메달도 사격에서 나왔다. 24세 동갑내기 박하준과 금지현이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 금메달 결정전에서 성리하오-황위팅(중국)을 상대로 선전했으나 세트 점수 12대16으로 분패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2022년 10월 임신한 몸으로 카이로 월드컵에서 파리행 티켓을 따낸 ‘엄마 총잡이’ 금지현과 사격 선수인 누나 박하향기를 따라 총을 잡고 한국 소총 에이스로 성장한 박하준이 합작한 메달이다.
수영 ‘황금 세대’ 대표주자 김우민(23)은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50에 터치패드를 찍어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2012년 런던 대회 박태환의 은메달(남자 자유형 200·400m) 이후 12년 만에 기초 종목 수영에서 나온 올림픽 메달이다. 예선 7위로 8명이 겨루는 결승에 오른 김우민은 1레인에서 “마지막 50m는 사지가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할 만큼 이 악문 역영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