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환(22·용인대)은 3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유도 81㎏급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이준환은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이번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유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유도는 고개를 숙이는 종목”
어릴 적 유도를 배우지 않았을 때부터 조짐을 보이던 이준환이다. 이준환의 어머니 김원주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빠가 장난치면서 손을 잡고 밭다리를 걸었는데 안 넘어지고 버티더라”라고 했다. 김씨는 운동 신경이 좋은 아이의 적성을 찾아주기 위해 부단히 이곳저곳을 다녔다. 수영, 태권도, 축구, 킥복싱을 시켜봤다.
그러던 중 이준환을 초등학교 3학년 때 한 유도장에 다니게 했다. 이준환을 지도했던 이선형 관장은 “그때는 정말 까불이었다. 승부욕이 굉장해서 그랬는지 형들을 이기고 나서도 상당히 까불었다”며 “운동신경이 좋아 부모님에게 전문적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르쳤던 게 상대에 대한 존중이었다”라고 했다.
김씨는 “준환이가 유도를 배우고 세 달만에 경기도 대회에서 1등을 하더니, 또 석 달 뒤에는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했다”고 했다. 이 관장은 “5학년 때 이미 중학생들을 다 이길 정도였다. 다른데로 보낸 뒤 들었던 이야기인데, 함께 운동하던 중학생들이 초등학생인 준환이에게 지다보니까 유도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더라”라고 했다. 어머니 김원주씨는 “친할아버지가 일제 시대 때 유도 선수였다고 하더라. 어떤 성적을 거두셨는지는 잘 모르는데 그렇게 들었다. 대를 넘어 재능이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어 김씨는 “준환이는 학교 대표됐을 때도 그렇고, 국가대표 됐을 때 계속 이렇게 말했다. ‘엄마, 유도는 고개를 숙이는 종목이니까, 너무 목에 힘주고 다니면 안돼.’ 생각이 깊은 아이라 오히려 엄마가 할 이야기를 얘가 할 때도 많다”고 했다.
◇ 이모의 꿈은 다음 올림픽에
이준환의 막내 이모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핸드볼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은미다. 1999년 한국 여자 핸드볼 최초로 독일 프로리그에 진출하기도 했던 선수. 이준환이 파리로 오기 전 김은미는 ‘올림픽에서 이모가 못 이뤘던 금메달 꿈을 이뤄 줄거지?’라고 물었다. 이준환은 “당연하지, 이모”라고 금메달을 자신했다고 한다.
하지만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하자 이준환은 동메달을 따고도 눈물을 흘렸다. 경기를 마친 이준환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기쁜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금메달을 목표로 항상 살아왔기 때문에 다시 4년을 준비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아직은 제 실력이 부족해 동메달에 그친 것 같다.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고 했다.
막 경기를 마쳤음에도 어떻게 발전할지만을 고민하는 이준환이었다. 그는 “제가 조금 전략적인 부분들이 부족했었던 것 같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조금 시야가 더 넓어진 것 같다. 한국에 더 돌아가면 준비해서 LA 때는 금메달을 꼭 목에 걸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