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 시각) 오상욱(28·대전광역시청),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24·대전광역시청) 도경동(25·국군체육부대)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세계랭킹 1위)은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에서 프랑스를 45-39로 꺾었다. 한국은 이내 헝가리를 45-41로 꺾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펜싱은 어떤 칼을 쓰느냐, 어느 부위까지 공격할 수 있느냐에 따라 3개의 세부 종목(사브르, 플뢰레, 에페)으로 나뉜다. 이날 ‘어펜저스’가 올림픽 3연패를 이끌어낸 사브르는 기마병들의 싸움에서 유래됐다. 사브르는 머리와 양팔을 포함한 상체 전부가 공격 범위에 속하는데, 과거 기마병들 간의 싸움을 계승해서 허리 위 모든 부분을 찌르거나 베면 점수를 얻는다. 에페나 플뢰레는 칼끝으로 꾹 찔러야 득점을 하지만, 사브르는 칼끝을 포함해 칼날의 어느면이라도 상대 상체에 스치면 득점이다. 조금이라도 먼저 찌르면 유리한데 그렇다고 마구 공격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공격 동작으로 들어오는 첫 칼을 제쳐내면 수비쪽으로 공격권이 넘어온다. 때문에 매우 빠르고 공격적으로 느껴진다. 사브르에 사용되는 칼 길이는 105㎝에 칼날 길이 88㎝로 세 종목 중 가장 짧고 무게는 최대 500g을 넘지 않아야 한다. 칼 손잡이 위에는 볼록하고 동그란 가드가 있어 손잡이 끝과 연결돼 있는데 컵 손잡이처럼 생겨 사브르 종목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플뢰레는 칼끝이 꽃처럼 생겼다며 프랑스어 ‘꽃’(Fleur)에서 유래했다. 공격 범위는 머리와 양팔을 제외한 상체뿐이라 세 종목 중 공격 가능한 부분이 가장 적다. 플뢰레에 사용되는 칼은 칼 길이 110㎝, 날의 길이는 90㎝이고 무게는 최대 500g이다. 다른 종목에 사용되는 칼과 달리 가볍고 칼날이 잘 구부려지는 게 특징이다. 플뢰레는 칼 끝으로 찌르기 공격만 가능하다.
에페는 프랑스어로 ‘실전용 검’을 뜻한다. 피를 먼저 흘리는 쪽이 지는 것으로 간주하는 과거 검투사 간 결투에서 유래됐다. 따라서 공격 범위도 세 종목 중 가장 넓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공격이 가능하다. 칼 길이 110㎝, 칼날 길이는 90㎝이고 무게는 최대 770g을 넘지 않아야 한다. 공격 범위가 넓은 만큼 칼에 달린 손 보호막이 가장 넓다. 에페 또한 플뢰레와 같이 찌르기 공격만 허용된다.
세 종목 중 사브르와 플뢰레는 ‘공격권’이라는 개념이 있다. 심판의 시작 선언 뒤 먼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 선수에게 공격권이 주어지고 해당 선수의 공격만이 득점으로 인정된다. 공격권을 받지 못한 선수는 방어에 성공한 뒤 공격해야 득점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두 선수 모두 동시에 공격해도 점수는 공격권을 가진 선수가 얻게 된다. 에페는 두 선수가 25분의 1초 이내에 서로 동시에 찔렀을 때는 모두 득점으로 인정한다는 특징이 있다.
펜싱은 찌르기나 베기에 성공할 때마다 1점을 얻고, 길이 14m 너비 1.5~2m의 사이드 피스트(또는 스트립)에서 경기가 진행된다. 두 발이 경기장 밖을 넘어가게 되면 1점을 잃는다. 플뢰레와 에페 개인전은 3분씩 3라운드로 진행되며 최종 라운드가 끝난 뒤 득점이 높거나, 라운드 진행 상황과는 별개로 한쪽이 15점을 얻으면 승리한다. 사브르 개인전은 2라운드로 진행되고 한쪽이 8점을 득점하면 자동으로 다음 라운드로 넘어간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양쪽 점수가 동일하면 연장전 추가 시간 1분 동안 1점을 먼저 따낸 선수가 승리한다.
이날 어펜져스가 승리한 사브르 펜싱 단체전은 기본적으로 에페와 규칙이 같다. 1피리어드는 3분. 9라운드를 거쳐 최종 점수가 높거나 먼저 45점을 내는 팀이 승리한다. 하지만 에페와 달리 제한시간 3분을 모두 채우는 경우가 거의 없다. ‘공격 우선권 규정’ 때문이다. 심판의 신호와 함께 먼저 공격 자세를 취하는 쪽이 우선권을 갖게 되고, 우선권이 있는 선수만 득점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신중하게 움직이고 수비 동작이 많은 에페에 비해 사브르는 훨씬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다. 순수 경기 시간인 27분을 채우는 일이 거의 없다.
단체전은 3명의 선수가 3분씩 번갈아가며 9라운드를 거치고 먼저 45점을 얻은 팀이 승리한다. 각 단체의 선수 3명이 상대단체의 선수 3명과 함께 돌아가며 릴레이 방식으로 단체전 순서가 정해진다. 즉 각 펜싱 선수는 다른 팀의 모든 펜싱 선수와 한번씩 맞붙어야 한다. 한국은 박상원이 1·4·8번, 오상욱이 2·6·9번, 구본길이 3·5·7번으로 나섰는데, 첫 릴레이의 두 상대 선수는 두 선수 중 한 선수가 5점을 얻을 때까지 최대 3분의 시간동안 대전을 한다. 두 번째 릴레이의 두 상대 선수는 최대 3분의 시간 동안 10점에 이를 때까지 대전을 한다. 그 이후의 릴레이 역시 5점 간격으로 연속적으로 진행된다.
단체전에선 경기 도중 주전 선수 한 명과 후보 선수를 교체할 수 있고, 올림픽에선 나간 주전 선수와 투입된 후보 선수를 다시 재교체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번 대회 결승에서 7라운드 구본길을 대신해 도경동을 ‘깜짝’ 투입해 8초만에 5점을 따내면서 한국은 승기를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