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김원호(25·삼성생명)-정나은(23·화순군청) 조가 2일(현지 시각)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은메달을 땄다. 준결승에서 세계 2위이자 대표팀 선배 서승재-채유정 조를 꺾고 결승에 올랐으나, 세계 1위 중국 조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래도 값진 은메달이었다. 한국 배드민턴은 직전 세 차례 올림픽에서 모두 동메달 1개씩에 그쳤으나, 김원호·정나은이 2008 베이징 이후 16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김원호는 1996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혼합복식 금메달을 따낸 길영아(54) 삼성생명 감독의 아들. 한국 최초의 모자(母子)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준결승에서 경기 도중 구토를 하면서도 끝까지 뛰어 승리를 해낸 그의 투지도 화제가 됐다. 김원호는 “어릴 때부터 엄마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며 “모자 금메달리스트에도 욕심이 있었는데 상대가 강했다”고 말했다.
정나은은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고선 하늘에 있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의 어머니는 몇 해전 코로나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정나은은 “엄마 핸드폰에 저장된 내 이름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나은’이었다. 그 약속을 못 지켜서 아쉽지만, 그래도 엄마가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원호-정나은은 함께 출전한 서승재-채유정에 비해 메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을 뒤집고 시상대에 섰다. 조별리그에서 1승 2패로 겨우 8강에 올랐기에 더욱 놀라운 결과다. 김원호는 “올림픽 출전 만으로도 영광인데 결과가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정나은은 “우리가 예선에서 힘들게 올라와서 은메달까지 딸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메달을 딴) 지금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