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 시각)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따낸 양지인(21·한국체대)은 좌우명이 “어떻게든 되겠지”다. 본인의 장점과 단점으로 모두 “대충 사는 것”이라고 했다. 특별한 꿈과 목표를 두지 않고 “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사격인들은 그게 양지인이 총을 잘 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본다. 총을 들고 격발할 때까지 행위가 간결하고 단순할수록 좋은데 매사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성격이 도움이 된다는 것. 사격 선수들이 자신만의 루틴이 많은 경우가 다수지만, 양지인은 그런 루틴도 특별히 없다. 총구가 흔들리는 정도가 작고 안정감이 높아 기복 없이 꾸준히 높은 점수를 쏘는 선수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올림픽 무대만큼은 남달랐다. 양지인은 “너무 많이 떨리고 긴장했다. 경기 전에 속이 너무 안 좋았다”며 “사격장이 파리와 많이 떨어져 있어 올림픽 분위기가 덜 나고 안 떨릴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너무 떨렸다. 이게 올림픽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 사격 경기는 파리에서 기차로 2시간 넘게 떨어진 프랑스 중부 도시 샤토루에서 열린다.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2개를 땄던 양지인은 “올림픽이 아시안게임보다 두 배로 떨린다”며 “아시안게임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이 그냥 나간 느낌이었지만, 이번엔 다 생중계도 되고 관심을 받아서 떨렸다. 결선 사격장에 사람도 많아서 더 떨렸다”고 했다.
양지인은 긴장하거나, 떨리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 머릿속에 있는 말을 손으로 적으면서 마음을 다잡는다고 한다. ‘뭐부터 적어야 하지’ ‘떨린다’ ‘내일 어떡하지’ 등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종이 위에 옮긴다. 그는 “그런다고 떨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 뒤죽박죽이던 마음이 정리가 된다”며 “어제 자기 전에, 오늘 시합 전에도 적었다. ‘못하면 어떡하지’ ‘잘할 수 있을까’라고 적었다”고 했다.
양지인은 이날 슛오프 끝에 프랑스 선수를 이기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내내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순간 동점으로 따라잡혀서 5발로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에 돌입했다. 슛오프에서 양지인은 5발 중 4발을 맞췄고, 프랑스 선수는 1발을 쐈다.
양지인은 “따라잡혔을 때는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도 지금까지 열심히 훈련한 걸 헛되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부담이 많이 됐는데 시상식에서 태극기 올라가는 걸 보니까 싹 씻겨 내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슛오프 상황에서 매 발 상대 선수 결과를 모니터로 지켜봤다고 했다. 그는 “상대가 첫 두발 놓치는 걸 보고 ‘제발 하나만 더 놓쳐라’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날 관중석에선 프랑스 홈 관중의 응원 소리가 컸다. 양지인은 “어제 본선에서도 프랑스 선수 옆에서 쐈는데 점수와 관계 없이 환호가 크게 나오더라”며 “결선 때도 그러겠다 싶어서 미리 연습한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어제처럼 내 할 것만 잘하자고 생각하면서 쐈다”고 했다. 그는 “그 응원을 받는 프랑스 선수가 나보다 두배는 더 떨릴 테니 난 내 것만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양지인은 “이제 파리에 가서 예쁜 것도 사고 여기저기 구경을 많이 하고 싶다”며 “그동안 열심히 훈련했으니까 잠깐만 마음을 내려놓고 둘러보겠다”고 했다. 그는 또 “여기에 먹을 게 없다고 해서 라면 같은 부식을 잔뜩 싸왔다. 라면을 너무 많이 먹었다”며 “한국 가서 집밥을 먹고 싶다. 한국 쌀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양지인은 올림픽 금메달 1개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첫 올림픽에서 이렇게 너무 좋은 결과를 얻어서 행복하지만,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번 금메달을 발판 삼아서 더 높이 올라가겠다”며 “다음 LA올림픽도 열심히 도전하겠다. 이번 금메달이 끝이 아닌 시작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