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자 테니스 대표 정친원이 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테니스 여자 단식 결승에서 크로아티아의 도나 베키치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뒤 관중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올림픽 테니스 새 역사의 주인공은 라켓을 공중으로 던지고는 코트에 대(大) 자로 누워 승리를 만끽했다. 중국 여자 테니스 대표 정친원(22)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테니스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프로 테니스(WTA) 세계 랭킹 7위 정친원은 3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21위 도나 베키치(28·크로아티아)를 2대0(6-2 6-3)으로 물리쳤다. 정친원은 초반부터 강력한 포핸드로 게임을 쌓아나갔고, 마지막 점수도 포핸드로 획득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정친원은 클레이(흙) 코트에 누워 두 손을 들고 포효하듯 환호했다. 중국 관중들도 서로 얼싸안으며 오성홍기(중국 국기)를 휘둘렀다. 정친원의 결승 상대 베키치 역시 크로아티아의 사상 첫 올림픽 테니스 단식 금메달을 노렸으나 은메달에 머물렀다.

정친원은 이날 시상식이 끝난 뒤 “조국을 위해 메달을 간절히 염원했고 결국 금메달을 따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냈다”고 말했다. “지금이 믿기지 않고, 굉장히 특별한 힘을 느끼고 있다”며 “조국이 나를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시아 국가 선수의 올림픽 테니스 단식 금메달은 남녀 통틀어 사상 처음이다. 아시아 선수가 올림픽 테니스 단식 결승에 오른 것도 104년 만이었다. 이번 대회 전까지는 1920년 벨기에 안트베르펜 올림픽 남자 단식 결승에 오른 구마가에 이치야(일본)가 유일했다. 구마가에는 당시 결승에서 패해 은메달을 땄다.

정친원이 이번 올림픽 결승에 오르기까지 과정도 쉽지 않았다. 정친원은 준결승에서 현 세계 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23·폴란드)를 만나 2대0(6-2 7-5) 승리를 거뒀다. 이번 경기 전까지는 6번 맞붙어 정친원이 모두 졌는데, 자신의 ‘천적’ 시비옹테크를 상대로 6전 7기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시비옹테크는 이번 올림픽 테니스 경기가 열리는 롤랑가로스에서 메이저 대회 프랑스오픈 4회 우승을 거둬 ‘롤랑가로스 여제’로 통한다. 2020년 프랑스오픈 첫 우승에 이어 2022년부터 올해까지 3연패를 달성한 시비옹테크는 이번 올림픽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는데, 이런 시비옹테크를 전력상 열세로 평가받던 정친원이 꺾었다. 그에 앞서 준준결승에서도 정친원은 전 세계 랭킹 1위 안젤리크 케르버(36·독일)를 3시간 넘는 접전 끝에 눌렀다.

2002년생 정친원은 후베이성 출신의 중국 테니스 신성이다. 2008년 자국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을 현장 관람한 것이 계기가 돼 6세부터 테니스를 본격적으로 배웠다. 어려서부터 공을 치는 힘과 감각이 뛰어나 지도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2022년 프랑스오픈 16강, 지난해 US오픈 8강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낸 정친원은 올해 호주오픈 준우승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까지 거머쥐며 세계적 스타로 떠올랐다. 정친원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자 단식 금메달을 땄다.

이번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에 출전한 ‘전설’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는 정친원에 대해 “가장 좋아하는 여자 선수 중 한 명”이라며 “그가 결승에 오른 것은 중국과 테니스계에 역사적인 일”이라고 했다. 정친원은 프랑스오픈(2011)과 호주오픈(2014)에서 메이저 대회 통산 2승을 거둔 중국 스타 리나(42)와 비견되기도 한다. 이날 중국은 파리 올림픽 테니스 혼합 복식 은메달도 획득했다. 중국 왕신유-장지젠 조가 결승에서 체코 카테리나 시니아코바-토마시 마하치 조에 패해 금메달을 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