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계 호날두와 메시가 누굴까.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4.9㎜ 차이로 금·은이 갈린 명승부를 선보인 김우진(32)과 미국 브레이디 엘리슨(36)이 정겨운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지난 4일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결승전이 끝나고 두 선수는 서로를 향해 ‘최고’라며 찬사를 쏟아냈다. 엘리슨은 30대 중반임에도 이번 올림픽 전까지 세계 랭킹 7위에 오른 데다 각종 국제 대회에서 한국 선수를 잇따라 꺾으며 ‘한국 킬러’라는 별명을 가진 실력자. 올림픽에만 이번이 다섯 번째 출전이다. 엘리슨은 “우리가 펼친 슛 오프는 양궁 역사상 최고의 승부일 것”이라면서 “김우진과 같은 시대에 활동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인상적인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우진은 “엘리슨은 누가 봐도 정말 퍼펙트한 양궁 선수인 것 같다”면서 “축구에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다면, 양궁에는 브레이디 엘리슨과 김우진이 있는 게 아닐까?”라며 화답했다. 이어 ‘누가 호날두고 누가 메시냐’는 질문이 나오자 김우진은 “그건 각자 생각하면 되겠다”며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놓은 뒤 엘리슨과 주먹 인사를 하며 웃었다.
두 선수 모두 양궁 선수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엘리슨은 “(2028) LA 올림픽도 도전할 거 같다. 다음 대회에서 (김우진과) 리턴매치를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전 “은퇴할 생각이 없고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던 김우진은 “올림픽에선 내가 한 번 이겼는데, LA 올림픽에서 다시 만나면 그때는 또 모르겠다”고 답했다.
김우진과 엘리슨은 결승에서 마지막 5세트 서로 3발 모두 10점을 쏘며 슛 오프에 갔고, 슛 오프에서도 둘 다 10점을 쐈지만 김우진이 과녁에서 4.9㎜ 더 가깝게 쏴 금메달을 땄다. 관중과 시청자 모두 끝까지 긴장한 역대급 명경기였다.
두 사람 재치 대결에 도핑 테스트를 마치고 뒤늦게 기자회견에 참석한 동메달리스트 이우석도 거들었다. ‘메시, 호날두’ 발언을 전해들은 그는 “그럼 난 음바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우진 선수가 메시다. 양궁계 메시 칭호를 받을 만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