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깎아내듯 받아내는 커트에 능해 ‘깎신’이라 불린 주세혁(44) 남자 탁구 대표팀 감독은 2012 런던 올림픽 단체전 은메달 멤버다. 당시 한국은 유승민 현 대한탁구협회 회장과 오상은 미래에셋 감독, 주세혁 감독이 팀을 이뤄 결승에 나갔다. 1단식에서 유승민이 3게임을 잡아내는 분전 속에 1대3으로 패했고, 주세혁도 2단식에서 2게임을 가져갔지만 1대3으로 무릎을 꿇었다. 결국 한국은 3복식에서 패배, 0대3으로 경기를 내주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주세혁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탁구가 7일(현지 시각) 파리 올림픽 단체전 8강에서 중국에 0대3으로 완패하며 탈락했다. 이번이 올림픽 단체전에서 다섯 번째 맞대결이었는데 한국은 5패째를 당하게 됐다. 2008 베이징과 2016 리우, 2020 도쿄 대회에선 준결승에서 졌고, 2012 런던 대회에서는 결승에서 패했는데 이번엔 8강에서 무너졌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을 통틀어 봐도 1986 서울 아시안게임이 남자 탁구가 중국을 이긴 마지막 메이저 대회다.
12년 만에 이번엔 감독으로 설욕을 다짐했지만, 또 한 번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한 주세혁 감독은 경기 후 눈물을 보였다. 그는 “중간중간 내용이 나쁘지 않은데 매번 우리가 지니까 탁구인으로 큰 책임을 느낀다”며 “한 팀을 상대로 몇십년을 지고 있다”며 말을 흐리더니 잠시 자리를 피했다.
수건을 가져와 눈을 연신 닦을 만큼 쉽게 울음이 그치지 않은 주 감독은 “단체 구기 종목에선 이변도 발생하는데 이건 마치 복싱이나 태권도와 같은 종목에서 한 상대에 몇십년을 계속 지는 것과 같다”며 “나도, 위에 선배들도 중국에 맥없이 진 적이 많지만 지금 선수들은 그런 게 없다. 연속된 좌절로 부담감과 두려움이 앞설텐데 그래도 극복하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주 감독이 떠난 뒤 믹스트존을 통과한 장우진은 “감독님은 형처럼, 선배처럼 우리를 대해주셨다. 탁구도 많이 배웠지만, 어떻게 해야 더 큰 사람이 되는지 인생을 배웠다”며 “형,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