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이 10일(현지 시각)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남자 조별리그 경기에서 고난도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비보이계의 살아 있는 전설 ‘홍텐’ 김홍열(40)이 2024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종목에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김홍열은 1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비보이 그룹 라운드에서 C조 3위에 머물렀다. 8강에는 각 조 상위 2명씩 진출한다.

브레이킹 종목은 두 명의 댄서가 춤 대결을 벌이는 종목으로 1경기에 2라운드가 진행된다. 각 라운드마다 심사위원 9명이 누가 더 잘했는 지를 뽑아 더 많은 표를 얻은 댄서가 라운드를 가져간다. 조별 예선에선 각 댄서가 3경기씩을 치르면서 라운드를 획득한 순서로 순위를 매긴다. 획득한 라운드가 같으면 3경기 동안 얻은 투표 수가 많은 댄서가 상위 순위를 얻는다.

김홍열은 네덜란드 댄서 리(24)와 벌인 첫 경기에서 라운드 점수 0대2로 패배했다. 두 번째 경기에선 프랑스 라가에트(36)와 1대1를 비겨 8강 진출 희망을 살렸다. 김홍열은 마지막 세 번째 경기에서도 미국 제프로(30)와 1대1로 비겼다. 직후 열린 리와 라가에트 경기 결과에 따라 8강 가능성이 살아 있었지만, 리가 라가에트를 2대0으로 이기면서 김홍열 탈락이 확정됐다.

김홍열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브레이킹계의 전설로 꼽히는 인물이다. 중학교 2학년이던 1998년 춤에 입문해 2001년부터 세계 무대를 누빈 백전노장이다. 세계 최대 규모 일대일 비보잉 대회 ‘레드불 BC 원 월드 파이널’ 대회에서 세 차례(2006·2013·2023년)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기술을 쓰면서도 독자적 요소를 더해 ‘홍텐 프리즈’ 등 기술 앞에 그의 이름이 붙기도 한다. ‘홍텐 프리즈’는 프리즈 동작 중 손바닥 대신 두 손가락만 써서 몸을 지탱하는 기술을 말한다. ‘홍텐’은 그의 활동명. 이름 ‘홍열’ 중 ‘열’에 해당하는 숫자 10을 영어(ten)로 부른 것이다.

운동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나이 끝자락에 접어들었지만 녹슬지 않은 실력을 자랑했다. 브레이킹이 스포츠 종목으로 처음 국제 대회에 소개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폐회식에서 한국 선수단 기수(旗手)로 나서기도 했다. 지난 6월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 예선 시리즈에서 1·2차 대회 종합 2위에 오르며 한국 비보이·비걸 중 유일하게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선수 중 최고령이다.

파리에서 금빛 ‘라스트 댄스’를 추겠다는 각오는 아쉽게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홍열은 올림픽 무대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경기 시작 때마다 신난 모습으로 스테이지에 뛰어 올라왔고,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고난도 동작들로 관중 환호를 유도했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승패와 관계 없이 상대 선수를 꽉 끌어안고 등을 두드려주며 성숙한 ‘맏형’의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