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속 중국 최고 인기 스타는 단연 린샤오쥔(29·한국명 임효준)이다. 린샤오쥔이 경기에 나서거나 카메라에 잡힐 때마다 중국 팬들은 “자요(加油·힘내라)”를 외치며 금색으로 ‘준(埈)’이 적힌 붉은색 플래카드와 머플러를 흔들며 발을 구른다.
린샤오쥔은 중국으로 귀화한 2020년 이후 이번이 첫 국제 종합대회다.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 “(첫 경기인) 혼성 계주부터 중국에 금메달을 안기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이전 조국(한국)에 가로막히면서 고개를 떨궜다. 혼성 2000m 계주에서 1위로 달리던 린샤오쥔은 결승선 두 바퀴를 남기고 코너링을 하다 혼자 넘어져 한국에 금메달을 넘기고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이어진 1500m에서도 친구였던 박지원(29·41초398)에게 밀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2018년 평창 올림픽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당시 한국 국적)였던 그로선 씁쓸한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중국 팬들 응원 함성은 줄지 않았다. 그 기운을 받은 걸까. 그는 500m 결승에서 41초150으로 박지원(41초398)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중국 대표팀을 지도하는 전재수 코치에게 달려가 눈물까지 흘렸다. 2위 박지원과 3위 장성우(23)는 린샤오쥔 등을 두드리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이내 논란이 불거졌다. 중계 화면에 린샤오쥔이 박지원을 추월하기 직전 그의 뒤를 따르던 중국 쑨룽이 오른손으로 린샤오쥔 엉덩이를 밀어주는 장면이 포착된 것. 이때 받은 추진력으로 막판 박지원을 추월할 수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심판진은 문제 삼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도 경기 직후엔 이런 사실을 몰랐다. 쇼트트랙 대표팀 관계자는 “심판 판정은 30분 이내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중국 반칙 플레이를 한참 지난 뒤 알았다”고 전했다. 제대로 심판이 봤다면 실격 처리될 상황이었다.
9일 열린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도 석연치 않은 순간이 나왔다. 한국(박장혁, 박지원, 장성우, 김태성)은 중국과 경기 내내 선두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치열한 경주를 펼쳤다. 마지막 주자는 박지원과 린샤오쥔. 마지막 바퀴까지 1·2위를 다투던 둘은 미묘한 몸싸움을 이어가다 린샤오쥔이 넘어지면서 뒤를 쫓던 카자흐스탄에 1위를 내줬다. 한국은 2위. 일본과 중국이 3위와 4위였다. 그런데 경기 후 심판이 박지원에게 실격을 선언하면서 한국 은메달이 날아갔다. 박지원이 팔을 써서 린샤오쥔을 막았다는 지적. 그 전에 린샤오쥔이 박지원을 손으로 민 부분은 문제 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