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채연(19‧수리고)이 우승 퍼포먼스를 잘 펼칠 수 있도록 일본 선수들이 옆에서 도와주는 장면이 포착됐다.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김채연은 예상을 뒤엎고 우승했다.
메달 시상식에서 김채연은 일본 선수들을 양옆에 두고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은메달은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 동메달은 요시다 하나였다.
이후 우승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세 선수는 각자 자신의 몸을 뒤덮을 만한 크기의 국기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제 김채연이 태극기를 몸에 두른 후 경기장 이곳저곳을 누비며 감사 인사를 할 차례였다. 하지만 김채연은 태극기가 워낙 큰 탓인지 버벅거렸다.
이때 양옆에 있던 일본 선수들이 나섰다. 두 사람은 양쪽에서 김채연의 태극기를 잡아줬다. 이 덕분에 김채연은 안정적으로 음양 무늬가 정확하게 자신의 등 뒤에 오도록 태극기를 두를 수 있었다.
특히 은메달을 딴 사카모토는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만큼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이 클 텐데도 선뜻 김채연을 도와주는 모습이었다. 사카모토는 최근 3년 연속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75.03점을 차지하며 김채연(71.88점)에 앞섰다. 하지만 김채연은 프리스케이팅에서 무결점 연기를 선보이며 개인 최고점을 획득했고, 사카모토는 점프 실수를 했다. 김채연은 프리스케이팅에서 사카모토를 약 8점 차로 누르면서 역전했다.
두 사람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채연은 “얼떨떨하다. 믿기지 않는다”며 “사카모토는 정말 잘하는 선수인데 딱히 이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사카모토는 “우승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아쉽다”면서도 자신의 실수를 탓했다. 그는 “전반부에서는 집중해서 잘해냈는데 후반부에 무너져 버렸다는 건 체력적인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라며 “이 실패를 좋은 경험으로 삼아서 다음 대회에서는 나아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치열한 경기 후 선수들이 서로를 챙기는 모습은 온라인에서도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선수들 다 착하다. 다들 오래오래 즐겁게 운동했으면 좋겠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었다”며 세 사람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