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펠프스(36·미국)와 우사인 볼트(35·자메이카)의 뒤를 이을 올림픽의 아이콘은 누가 될까. 각각 수영과 육상계를 지배했던 둘이 2016 리우올림픽을 끝으로 물러나며 올림픽 대표 스타 자리는 공석이 됐다. 23일 막을 올리는 2020 도쿄올림픽에선 여러 선수가 올림픽 최고의 별이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펠프스·볼트 후계자 나올까
케일럽 드레슬(25·미국)은 펠프스가 은퇴한 뒤 세계 최고의 남자 수영 선수 자리에 올랐다. 드레슬은 펠프스와 자신을 비교하는 사람들을 향해 “마이클 조던과 르브론 제임스를 비교하려는 이들”이라고 했다. “우리가 TV를 켜고 르브론의 경기를 본다고 쳐요. 조던보다 잘하든 말든 신경 안 쓰잖아요.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지금까지 올림픽 금메달 2개가 전부인 드레슬이 4개 대회에서 금 23개를 수확한 펠프스를 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드레슬은 펠프스의 기록을 의식하기보단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한다. 주요 외신들은 개인전 자유형 50·100m, 접영 100m와 단체전 등에 출전하는 그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최대 6개까지 목에 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영 여제’ 케이티 러데키(24·미국)는 도쿄에서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자유형 400·800·1500m 세계 기록 보유자인 러데키는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에서 깜짝 등장한 신예 아리안 티트머스(21·호주)에게 밀려 2위에 그쳤다. 이에 러데키는 건강 문제를 이유로 연이어 기권한 뒤 여자 계영 800m 결승에 다시 나섰으나, 티트머스를 앞세운 호주에 밀려 또 2위를 했다. 리우에서 금 4개를 따냈던 러데키로선 이번 도쿄가 명예 회복의 무대인 셈이다. 반면 올림픽이 첫 무대인 티트머스는 “결코 미국 위주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반란을 예고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러데키를 보며 성장한 티트머스가 이제 그를 왕좌에서 끌어내리려 한다”고 했다.
‘육상의 꽃’ 남자 육상 100m에선 트레이본 브로멜(26·미국)이 유력한 우승 후보다. 이번 대회 남자 100m에 출전하는 선수 중 최고 기록 보유자다. 지난 6월 볼트(9초58)보다 0.19초 늦은 9초77의 기록을 세웠다. 가난과 범죄, 부상 속에서 성장해 세계 최고 스프린터가 된 그는 “올림픽 금메달을 통해 고통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도쿄에서 전설 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체조 선수로 꼽히는 시몬 바일스(24·미국)는 여자 체조 종목 역대 최고령 우승과 역대 최다 메달 기록 경신을 노린다. 바일스는 지난달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종합 점수 1위에 오르는 등 체조 선수 치고 고령임에도 여전히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고 있다. 미국 타임지에 따르면 그는 도쿄에서 남자 선수들이 하는 어려운 뛰어넘기 동작을 여자 선수 중 처음으로 시도할 예정이다. 로랑 랜디 코치는 “바일스는 이제 메달을 쫓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체조 종목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시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대회 마지막 날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열리는 마라톤에선 엘리우드 킵초게(37·케냐)가 올림픽 2연패를 향해 달린다. 현재 세계 기록(2시간1분39초) 보유자인 그는 2년 전 오스트리아에선 42.195㎞ 풀 코스를 1시간59분40초에 끊었다. 일반 마라톤과 다른 조건에서 펼쳐진 경기라 기록을 공인받진 못했지만, 인류 최초로 2시간의 벽을 깬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킵초게는 만약 이번에 메달을 획득하면 삿포로에서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날아와 시상식에 참석하는 진풍경의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