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31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 8강전에서 김우진 선수가 대만의 탕치춘 선수와의 대결에서 패배했다. /도쿄=이태경기자

“어떻게 항상 해피엔딩만 있겠어요.”

한국 양궁 ‘에이스’ 김우진(29·청주시청)의 여유로운 인터뷰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31일 도쿄올림픽 남자양궁 개인 8강전에서 대만 선수에게 석패한 후 “스포츠는 원래 그런 것”이라며 쿨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내외 팬들은 “이게 바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다” “마지막까지 멋있다”는 댓글을 쏟아냈다.

김우진은 31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 8강전에서 탕치춘(대만)을 만나 세트스코어 4대 6(28-28, 27-29, 28-27, 28-28, 27-28)으로 패했다. 4세트까지 한 치의 양보도 없었으나 마지막 5세트 첫발이 8점에 맞았다. 승리까지 단 1점이 부족했다.

대회 내내 괴물 같은 경기력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김우진이 또 한 번 이목을 집중시킨 순간은 경기 뒤 각국 언론과 만나 나눈 인터뷰다. ‘충격적인 결과로 대회를 마무리하게 됐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충격인가요. 그렇게 속상한 단어를 쓰시면 저도 슬프다”며 “충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포츠는 결과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제가 준비한 것을 다 펼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다”며 “경기는 다 끝났고 어차피 지난 일은 돌아오지 않는다. 좋은 생각을 하려고 한다. 기분은 좋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세트 8점에 대해서도 “제가 쏜 점수고 제 손에서 떠난 활이다. 오전에 경기를 잘했고 오후에 잘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며 “잘못 쏜 것은 잘못 쏜 것이고, 잘 쏜 것은 잘 쏜 것”이라고 했다.

대만 선수를 평가해달라는 대만 기자의 질문에는 “어느 시합에서 만나도 막강한 선수들이고 좋은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지만 상대의 실력을 인정하고 치켜세워준 대답이었다.

아쉬움이 크지 않냐는 물음에는 단체전 금메달의 기쁨을 재차 언급했다. 김우진은 “단체전에서 영광스럽게 메달을 가지고 돌아간다”며 “개인전은 좀 아쉽지만 그게 삶 아닌가. 어떻게 항상 해피엔딩만 있겠냐”고 답했다.

그러면서 “리우올림픽 이후 한국 양궁이 조금 약해졌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런 이야기들을 한 번에 다 밟아버린 게 이번 대회의 성과”라며 “잘 마쳤다. 더 이상 쏠 화살이 없다. 이제 돌아가서 지금까지 치렀던 경기에서 부족했던 것들을 채워나가겠다. 3년 뒤 파리올림픽을 준비할 것”이라고 웃었다.

김우진은 응원해준 국민을 향한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이 열렸고 참가하게 돼서 매우 기쁘다”며 “코로나로 지쳐있을 국민께 조금이라도 활력소가 되는 경기를 보여준 것 같아 기쁘다. 무더운 날씨에 남은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시원한 감정을 느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