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88cm 높이뛰기 선수 우상혁(25)은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선이 열리는 1일 아침 체중계에 올랐다. 눈금의 숫자는 ‘69.5kg’. 성인이 된 후 가장 가벼운 몸무게였다. 그는 “됐다!”고 김도균 코치와 부둥켜 안았다.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이 1일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로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4위에 오른 후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 모습. /뉴시스

지난 2년간 스스로를 한계까지 밀어붙인 결과를 눈으로 봤기에 자신감이 샘솟았다. 햄버거·피자·치킨 등에 눈을 질끈감고 풀만 먹으며 지낸 나날이었다. 지난 3월엔 김 코치의 권유로 입대까지 했다. 군 생활로 절제력을 키우면 기록이 향상되리라는 이유에서였다. 열살에 높이뛰기와 처음 만나 14년간 장대와 남몰래 씨름해왔던 일병 우상혁은 지난 30일 예선을 7위(2m28)로 통과했다. 1996 애틀란타 올림픽 이진택 이후 25년만에 결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1일 밤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 트랙에 다시 선 우상혁은 결선에 진출한 13명 선수 중 세계랭킹이 30위로 가장 낮았다. 군인의 거수 경례를 하며 입장한 그는 거침없이 도약했다. 2m19로 시작해 2m24, 2m27, 2m30을 한 번의 실패도 없이 1차시기에 가뿐히 넘었다. 그는 2m33도 2차시기에서 해냈고, 이어 2m35까지 돌파했다. 이진택의 한국 기록(2m34·1997년)을 24년만에 깨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세 선수가 2m37을 성공하는 바람에 메달 획득엔 아깝게 실패했다. 최종 결과는 2m35, 전체 4위. 그의 개인 최고 성적이자 한국 육상의 역대 올림픽 최고 순위다.

경기 후 일병 우상혁은 울다 웃었다. “솔직히 지금 진짜 꿈 같아요. 기록 1cm올리는데 평생을 바칠 수도 있는데, 저는 올림픽에서 제 기록보다 4cm를 더 뛰었어요. 메달은 없지만 후회없이 제 모든 것을 쏟아내서 너무 기쁩니다. 높이뛰기 선수는 자기 키보다 50cm 더한 높이가 ‘마의 벽’으로, 제 평생의 목표가 2m38입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선 우승을 목표로 도전하겠습니다.”

우상혁은 오른발이 왼발보다 1cm 작은 ‘짝발’이다. 8살 때 자동차 바퀴에 오른발이 깔리는 큰 사고를 당했다. 이로 인해 한 동안 오른발의 성장이 멈췄다. 뛸 때 밸런스가 맞지 않아 균형감을 찾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약점을 없앴다.

높이뛰기 금메달은 두 명이 나눠가졌다. 세계선수권을 2연패(2017·2019)했던 무타즈 에사 바심(카타르)과 잔마르코 탐베리(이탈리아)가 높이(2m37)와 성공 시기까지 똑 같은 성적을 내 공동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