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점도 잘 잡혔고 컨디션도 좋았어요. 한 발 실수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경기력을 다 보여준 것 같아 후회는 없어요. 재미있었어요.”
박진호(44·청주시청)는 1일 일본 사이타마현 아사카 훈련장에서 열린 2020도쿄패럴림픽 혼성 10m 공기소총 복사(SH1·척수 및 기타 장애) 결선에서 1위 나타샤 힐트로프(29·독일)에 0.1점 차로 뒤진 253.0점을 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예선에서 총점 638.9으로 패럴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1위로 결선에 진출했고, 결선에서도 줄곧 선두를 달렸다. 그런데 22번째 총알을 9.6점에 쏘며 선두를 내줬다. 이날 그가 예선과 결선에서 쏜 84발 중 유일한 9점대 점수였다. 박진호는 남은 마지막 2발로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0.1점 차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지난 30일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동메달에 이어 박진호의 이번 대회 두 번째 메달이다.
박진호는 9.6점을 쏘고서 그는 “솔직히 나도 모르게 모니터로 눈길이 갔다. 모니터를 안 봐야 하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순위가 많이 떨어지진 않아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잘 해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메달을 땄던 경기보다 오늘 마음이 더 편했다”며 “내가가진 기술을 다 써보고 싶은 욕심 뿐이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면 결과가 어떻든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어린 시절 운동을 즐겨 체대에 진학했던 박진호는 25살이던 2002년 낙상 사고로 척수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재활 중 의사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고 병원에서 지금의 아내 양연주(40)씨를 만났다. 양씨도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며 늦깍이 사격 선수기도 하다.
한국에서 남편을 응원하고 있는 양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너무 기쁘다. 남편의 첫 패럴림픽이었던 2016 리우 대회 때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메달을 못 따 아쉬웠다. 남편이 ‘어떤 메달이든 꼭 가지고 오겠다’고 했는데 벌써 은, 동 두 개나 따줘서 고맙다. 남은 경기도 부담 없이 최선을 다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2003년 사고를 당한 양씨는 병원에서 남편을 만나 2005년 결혼했다. 남편 권유로 사격도 시작했다. 양씨는 “남편이 집에서 혼자 있지만 말고 건강을 위해 같이 하자고 해서 사격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날도 덥고 부담도 많았을텐데 지금까지 잘해준 남편이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