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의 이재영·다영 자매가 지난달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경기에 앞서 올스타 트로피를 든 모습.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싶다”

흥국생명 세터 이다영(25)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월드스타인 김연경(33) 등과의 불화설이 제기했다.

하지만 정작 폭력 가해자로 밝혀진 것은 이다영과 이재영, 쌍둥이 자매였다. 한 네티즌은 10일 새벽 인터넷 커뮤니티에 ‘현직 배구선수 학교폭력 피해자들입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중학생 시절 당한 피해사실을 폭로했다. 제보자는 상습적으로 당한 피해 사실을 21가지에 걸쳐 열거하면서 “피해자는 4명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배구 경기 사진을 증빙자료로 덧붙이면서 “10년이나 지난 일이라서 잊고 살까 생각해 봤지만 가해자가 자신이 저질렀던 행동은 생각하지 못하고 SNS에 올린 글을 보고 그때 기억이 스쳤다. 나는 여전히 트라우마를 가지고 산다. 자신을 돌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 내 글을 쓴다”고 밝혔다.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의 이재영이 10일 오후 구단을 통해서 낸 자필 사과문. 쌍둥이 동생 다영도 이날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 자매와 흥국생명 구단은 폭로 글이 16시간이 지난 오후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자매는 각자 인스타그램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학창시절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한 동료들에게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한 점 깊이 사죄드린다(이다영)” “제가 철 없었던 지난 날 저질렀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렸다(이재영)”고 고개 숙였다.

제보자는 사과문을 확인하고 “허무하다. 글 하나로 10년의 세월이 잊혀지고 용서되는건 아니지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본인 과거의 일을 반성하면서 살길 바란다”면서 게시글을 내렸다.

흥국생명은 “앞으로 선수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흥국생명은 11일 경북 김천에서 열리는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에 이재영·다영 자매를 출전시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KOVO(한국배구연맹)은 이날 선수 학폭에 관련해 선수 심리 치료 및 학교 폭력 예방방안을 내놓았다. KOVO는 “일부 구단에서 실시중인 심리치료를 전 구단으로 확대해 전문가를 초빙해 정기적 치료를 실시하고 선수 개개인의 멘탈 체크 및 긴장 완화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선수고충처리센터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 악성 댓글 등 법적 대응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