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남았다. 배구 여제 김연경(37)의 흥국생명(2승)이 2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정규리그 3위 정관장(2패)을 세트 점수 3대2(23-25 18-25 25-22 25-12 15-12)로 꺾고 통합우승(정규리그+챔프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은 “3차전에 끝내고 싶다”고 했는데, 원하던 피날레 무대를 일단 마련했다.
극적인 승부였다. 초반 분위기는 정관장이 가져갔다. 1세트 정관장이 24-23 앞선 상황에서 흥국생명 신예 공격수 정윤주(22)가 동점을 만들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세터 이고은(30)의 오버네트 범실로 정정되며 정관장이 세트를 가져갔다. 이 과정에서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과 김연경 등이 직접 심판에게 손짓을 써가며 항의하고, 정관장 네트 터치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기도 했지만 판독 결과 인정되지 않았다. 1차전에 이어 이날도 인천삼산월드체육관(5943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기세를 몰아 2세트도 가져간 정관장이 승리에 가까워지는 듯했지만 3세트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흥국생명의 시간’이었다. 1점 차 접전을 이어가다 20-22로 뒤진 상황에서 김연경과 투트쿠 부르주(26·튀르키예) 등이 연속 5점을 내면서 3세트를 가져갔다. 세트 점수 1-2. 이후 4세트는 25-12 손쉽게 가져갔다. 정관장은 주전을 모두 빼며 5세트를 대비했다. 하지만 5세트는 ‘김연경의 시간’이었다. 혼자 6점을 책임졌다. 15-12 승리. 상대 고희진 감독이 “5세트 김연경은 정말 대단했다”고 감탄할 정도였다. 김연경은 총 22점을 냈고, 투트쿠가 24점을 보탰다.
정관장은 베테랑들이 부상 투혼을 발휘했지만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허리 근육 부상으로 1차전에 나서지 못한 리베로 노란(31)은 이날 진통제를 맞고 나와 날렵한 움직임으로 흥국생명 특유의 빠른 공격을 몸을 날려가며 받아냈다. 상대 흥국생명 팬들이 술렁일 정도였다. 무릎 부상을 겪고 있는 염혜선(34)도 5세트를 모두 소화했다. 동갑내기 쌍포 메가왓티 퍼티위(26·인도네시아)와 반야 부키리치(26·세르비아)도 각각 25점, 22점을 보탰지만 역부족이었다. 두 팀은 4일 정관장 안방인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3차전을 벌인다. 이날 흥국생명이 승리하면 2018-2019시즌 이후 6년 만에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