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 김연경(37)이 21년 현역 생활을 우승으로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정규리그 우승팀 흥국생명은 8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정규리그 3위 정관장을 3대2(26-24 26-24 24-26 23-25 15-13)로 꺾고 2019년 이후 6년 만에 통합우승 위업을 달성했다. 김연경은 2020년 V리그에 복귀한 뒤 첫 챔프전 우승컵을 들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올해 챔프전은 V리그 역사에 남을 명 시리즈였다. 한국 배구 상징과도 같은 김연경의 은퇴 시리즈이기도 했지만 내용도 극적이었다. 5경기 중 4경기가 풀세트 접전이었다. 역대 챔피언 결정전 사상 한 세트 최다 점수(70점)가 두 번이나 나오기도 했다. 마지막 5차전에서는 모든 승부가 최대 접전인 2점 차로 끝났다.
초반에는 흥국생명이 안방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잡으며 쉽게 우승컵을 가져가는 듯 싶었다. 김연경은 1차전 팀 내 최다 16점, 2차전 22점을 내며 본인 몫을 다했다. 상대 감독이 “정말 대단했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흥국생명은 대전에서 열린 3차전에서도 초반 2세트를 따내며 우승에 딱 한 세트만을 남겨뒀다. 하지만 정관장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베테랑 염혜선(34)·노란(31) 등이 부상 중임에도 진통제 투혼을 발휘하며 코트를 지켰고 쌍포 메가왓티 퍼티위(26·인도네시아), 반야 부키리치(26·세르비아)가 총 71점(메가 40점, 부키리치 31점)을 합작하며 내리 3세트를 따내 챔프전 첫 승을 가져갔다.
이후 4차전에서도 두 팀은 1·2세트를 나눠 가진 뒤 3세트에서 듀스만 11차례 이어진 36-34 대혈전을 벌였다. 이 세트는 정관장이 가져갔고 결국 경기까지 승리했다. 승부는 5차전까지 이어졌다. 팀 전설 김연경의 마지막을 우승으로 빛내겠다는 흥국생명, 플레이오프부터 이어진 베테랑들의 부상 투혼을 헛되게 할 순 없다는 정관장.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는 끝장 승부였다.
이날도 극적인 승부가 펼쳐졌다. 1세트를 17-20으로 지고 있던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연속 득점에 힘입어 승부를 듀스까지 끌고 가 세트를 기어이 따냈다. 2세트 역시 21-24로 뒤져있다 내리 5점을 뽑아내며 이겼다. 김연경이 마지막 5점 중 3점을 냈다. 현역 마지막 경기에 모든 걸 바칠 태세였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 역전의 명수 정관장도 질세라 힘을 냈다. 듀스 접전 끝에 3세트를 잡았다. 3세트 연속 26-24 혈전이었다. 이후 정관장이 4세트도 25-23 간신히 잡았다. 다시 원점. 모든 것이 결정되는 마지막 5세트에서 웃은 자는 결국 흥국생명이었다. 15-13.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팀 최다 34점을 낸 김연경은 휘날리는 분홍색 축포를 바라보며 정들었던 배구 코트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