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24일 막을 내렸다. 여자부 마감일이었던 이날 양효진(36·현대건설), 표승주(32·정관장), 임명옥(39·한국도로공사)이 원 소속팀과 재계약을 맺었다. 남자부는 앞서 지난 21일 FA 시장이 끝났다. FA 이적에 따른 보상 선수 지명과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등이 남았으나, 굵직한 선수 이동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남녀부 14구단 희비가 갈렸다. 현재까지 각 구단 이적 시장 성적을 A~C 등급으로 나눠 살펴봤다.

그래픽=백형선

◇A등급

여자부 FA 시장의 승자는 단연 흥국생명이다. 2024-2025시즌 정규 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통합 우승’을 이룬 흥국생명은 ‘최대어’ 이다현(24·미들블로커)을 현대건설에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그러면서 내부 FA 4명(신연경·이고은·김다솔·문재윤)을 모두 붙잡았다. 전력에 마이너스 없이 플러스만 생긴 셈이다. 지난해 여자부에서 가장 많은 8억원(연봉 5억원, 옵션 3억원)을 받았던 김연경(37)이 은퇴하면서 샐러리캡(선수단 연봉 총액 상한제)에 여유가 생겼다. 또 이다현을 영입하면서 보상 선수를 내주지 않아도 되는 점이 큰 이득이다. 기본 연봉 2억5000만원 이상 선수를 FA로 영입하면 직전 시즌 연봉 200%와 보상 선수 1명을 내주거나 직전 시즌 연봉 300%를 원 소속팀에 지불해야 한다. 보상 방법은 원 소속팀이 결정해 대부분 보상 선수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다현은 지난 시즌 기본 연봉이 40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가 무산됐는데 그사이 현대건설이 샐러리캡을 거의 꽉 채워 선수단 연봉 계약을 마친 상황이라 이다현은 연봉 4000만원에 옵션 5000만원 등 총액 9000만원에 계약해야 했다. 그의 시장 가치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흥국생명은 이번에 이다현과 연간 보수 총액 5억5000만원(연봉 3억5000만원, 옵션 2억원)에 계약하면서도 현대건설에 보상 선수 없이 지난 시즌 연봉의 150%만 주면 된다.

남자부에선 KB손해보험이 돋보였다.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임성진(25·아웃사이드 히터)이 한국전력을 떠나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었다. 연간 총액 8억5000만원(연봉 6억5000만원, 옵션 2억원)을 받는다. 여기에 국가대표 세터 황택의(29)도 총액 12억원(연봉 9억원, 옵션 3억원)에 KB손해보험과 재계약했다. 황택의는 한선수(41·대한항공)를 넘어 남자 배구 최고 연봉자가 됐다. 여기에 지난 시즌 정규 리그 2위를 이끌었던 외국인 선수 비예나(32·스페인)와도 재계약이 유력한 상황이라 다음 시즌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시즌 남자부 꼴찌에 그친 OK저축은행도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OK저축은행은 내부 FA 송희채(33)·박원빈(33)과 재계약에 성공했다. 여기에 통합 우승 팀 현대캐피탈과 트레이드로 신호진(24·아포짓 스파이커)을 내주고 베테랑 전광인(34·아웃사이드 히터)을 데려왔다. 최태웅 해설위원은 “전광인이 나이가 많지만 전략적 활용도가 높다. 현대캐피탈이 지난해 우승할 수 있던 것도 신펑(24·중국)이 빠졌을 때 전광인이 팀을 이끌어줬기 때문”이라며 “OK저축은행은 미들블로커만 살아나면 다음 시즌 플레이오프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광인은 OK저축은행에서 ‘스승’ 신영철 감독과 재회하게 됐다. 전광인은 신영철 감독이 한국전력 지휘봉을 잡던 2013년 신인 전체 1순위로 한국전력에 뽑혀 그해 신인왕을 차지했다.

◇B 등급

그 외 다수 팀은 FA 시장에서 전력 유지에 초점을 뒀다. 여자부에선 정관장·IBK기업은행·한국도로공사·GS칼텍스가 외부 영입 없이 내부 FA 선수들과 재계약을 했다. ‘탈꼴찌’를 노리는 페퍼저축은행은 내부 FA 하혜진(29)을 붙잡으면서 아웃사이드 히터 고예림(31)을 현대건설에서 데려와 전력 상승을 꾀했다. 페퍼저축은행에 이미 같은 포지션 선수가 많다는 지적도 있으나 차상현 해설위원은 “트레이드로 추가 전력 상승을 꾀할 수 있다”며 “좋은 영입이라고 본다”고 했다.

남자부에선 임성진이 KB손해보험과 계약한 후 연쇄 이동이 일어났다. 한국전력이 그의 빈자리를 채우려 삼성화재에서 김정호(28)를 데려왔고, 삼성화재는 우리카드에서 송명근(32)을 영입했다. 이 구단들 모두 선수가 떠난 자리를 비슷한 수준의 선수로 채웠다는 평가다. 최태웅 해설위원은 “특히 한국전력이 데려온 김정호는 임성진에 비해 연봉이 낮으면서 실력은 크게 뒤지지 않는다”며 “한국전력이 임성진을 잃었지만 이적 시장에서 실패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김정호는 연간 총액 6억원(연봉 5억원, 옵션 1억원)에 계약했다. 대한항공은 내부 FA 곽승석(37)·김규민(35)·정지석(30)을 모두 붙잡고 현대캐피탈에서 수비력이 좋은 김선호(26)를 데려왔다. 여기에 상무에 입대한 임동혁(25)이 제대를 앞두고 있어 전력 상승이 기대된다.

◇C등급

이번 이적 시장에서 가장 손해를 본 팀은 여자부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FA 3명 중 양효진만 붙잡고 이다현·고예림을 놓쳤다. 은퇴를 고민하던 양효진은 현대건설과 1년 단위로 계약을 해나가기로 했다. 다음 시즌 총액 8억원(연봉 5억원, 옵션 3억원)을 받는다. 양효진이 전성기가 지나 기량이 하락세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전력 상승을 얻지 못한 셈이다. 현대건설은 샐러리캡이 꽉 찬 상황에서 양효진 재계약에 우선순위를 두느라 이다현·고예림에게 만족할 만한 계약을 제시하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했던 아시아쿼터 선수 위파위(26·태국)도 정관장에 뺏겨 다음 시즌 구상에 ‘빨간불’이 켜졌다. 남자부에선 우리카드가 아쉬웠다. 송명근을 삼성화재로 떠나보내면서 한국전력에서 김동영(29)을 데려왔다. 선수 경력과 현 실력 등에 비춰봤을 때 크게 손해를 봤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