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양현종은 27일 LA에인절스와 벌인 메이저리그 홈 경기에 구원 등판해 4와3분의1이닝 2실점했다. 5개의 안타를 맞고 삼진은 하나를 잡았다. 긴장될 법한 데뷔전이었지만, 마이크 트라웃과 앤서니 랜던, 오타니 쇼헤이 등 강타자들이 즐비한 에인절스 타선을 상대로 호투하며 다음 등판을 기대하게 했다.
KIA 타이거즈를 떠나 지난 2월 스플릿 계약(메이저리그·마이너리그 신분에 따라 연봉에 차등을 두는 계약)을 맺고 텍사스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던 양현종은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다가 최근 텍사스 투수진이 동반 부진에 빠지며 이날 메이저리그로 올라왔다. 등번호는 36번.
양현종은 4-7로 뒤진 3회초 2사 2·3루 상황에서 선발 조던 라일스와 교체돼 마운드에 올라 4번 타자 랜던을 상대했다. 랜던은 2020시즌을 앞두고 7년 2억4500만달러에 에인절스와 계약한 강타자다.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첫 공은 89.6마일(144.2km)짜리 포심 패스트볼.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 볼이 됐다. 두 번째 공인 체인지업은 파울. 랜던은 양현종이 3구로 던진 슬라이더에 헛스윙했다. 4구인 슬라이더가 다시 볼.
볼카운트 2-2 상황에서 양현종은 랜던의 몸쪽으로 90.6마일(145.8km)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고, 랜던이 친 공은 힘없이 떠올라 2루수에게 잡혔다.
양현종은 4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자레드 월시가 투수 쪽으로 때린 강한 공을 특유의 반사신경으로 잡아내며 귀중한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양현종은 두 번째 타자인 저스틴 업튼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다음 타자는 메이저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앨버트 푸홀스. 앞 타석에서 홈런을 친 푸홀스가 친 공은 이번에도 멀리 날아갔지만 아돌리스 가르시아가 펜스 바로 앞에서 잡아내며 양현종은 4회를 삼자범퇴로 끝냈다.
양현종은 5회초 선두 타자 호세 이글레시아스를 1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다음 타자인 커트 스즈키는 3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찌르는 제구가 일품이었다. 양현종은 데이비드 플레처까지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면서 7타자 연속 범타를 만들어냈다.
양현종은 6회초 오타니를 상대했다. 한·일 스타의 맞대결로 기대를 모은 장면에서 오타니는 예상을 깨고 기습번트를 시도했다. 수비 시프트를 절묘하게 깨는 순간이었다. 오타니의 번트는 양현종이 빅리그에서 처음으로 허용한 안타가 됐다.
다음 타자는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 트라웃. 트라웃의 타구는 땅볼이 됐지만 코스가 좋아 내야 안타가 됐다.
양현종은 무사 1·2루 위기에서 다시 랜던을 만났다. 랜던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월시에게 2루타를 맞고 1실점했다. 오타니가 홈을 밟으며 에인절스는 8-4로 점수를 벌렸다.
양현종은 후속 타자 업튼을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유도하며 메이저리그 첫 삼진을 잡아냈다. 푸홀스는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더는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양현종은 7회초 선두 타자 이글레시아스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다. 스즈키에게도 안타를 맞으며 무사 1루가 됐다. 플레처를 2루수 땅볼, 세블러를 3루수 플라이로 잡아낸 양현종은 이날 4안타를 친 트라웃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4-9로 뒤진 8회초 양현종을 내리고 조시 스보츠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날 두 팀의 대결은 일본의 수퍼스타 오타니가 선발 등판한 날로 화제를 모은 경기였다. 홈런 7개로 공동 선두에 올라있는 오타니는 1921년 베이브 루스 이후 100년 만에 홈런 1위 선수로 선발 마운드에 오른 선수가 됐다.
오타니는 1회에 네이트 로우에게 스리런 홈런을 허용하는 등 난조를 겪으며 4실점했다. 하지만 이후 안정을 찾으며 2·3·4회를 모두 삼자 범퇴로 처리하는 등 5이닝 4실점으로 선발 임무를 마쳤다. 100년 전 루스도 5이닝 4실점했다.
오타니는 이날 시속 160km를 육박하는 불 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삼진을 9개나 잡아냈다. 오타니는 타석에서도 양현종에게 첫 안타를 뽑아내는 등 3타수 2안타 2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하며 ‘이도류’의 위력을 과시했다.